고속도로의 터널이 무너지지 않도록 암반에 설치하는 ‘록볼트(Rock bolt)’ 철근을 설계량의 3분의 1 정도만 시공하고 공사비를 빼돌린 업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3부(부장 문홍성)는 한국도로공사의 발주를 받아 고속도로 터널 공사를 하면서 록볼트 등 주요 자재를 설계보다 적게 쓰고 공사비를 과다 청구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G토건 현장소장 양모 씨(47)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D건설 현장소장 고모 씨(43) 등 1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시공업체인 S사 이모 대리(36) 등은 도로공사의 점검과 검찰 수사에 대비해 록볼트 거래명세표와 세금계산서 등을 조작했다가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올해 2월 국민권익위원회의 요청으로 터널공사 비리 수사에 착수했다. 도로공사에 의뢰해 2010년 이후 착공한 고속도로 터널 121곳을 전수조사해 78곳에서 록볼트를 설계보다 적게 쓴 사실을 확인해 미시공 비율이 높고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터널 15곳을 집중 수사했다.
록볼트가 설계에 비해 가장 적게 시공된 곳은 주문진∼속초고속도로 5공구 터널 2곳이었다. 현장소장 양 씨는 2009년 10월∼2011년 1월 록볼트 설계수량 1만8350개 중 1만2420개를 시공하지 않고 비용을 과다 청구해 8억3681만 원을 빼돌렸다. D건설 등 7개 업체 관계자들도 동홍천∼양양고속도로 등 터널 13곳에서 같은 방법으로 약 50억 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부실시공의 뒷면에는 현장감독의 부실 등 업계 관행이 자리 잡고 있었다. 피의자들은 도로공사 직원이나 검측감리원이 터널 공사에 들어가는 자재의 실제 사용량을 직접 확인하지 않고 거래명세표 등으로만 확인한다는 허점을 악용해 공사비를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양 씨 등은 검찰 조사에서 인근 주민의 민원 등을 해결하면서 적자가 발생하면 회사의 문책을 받을 것을 우려해 록볼트를 적게 사용하고 빼돌린 공사비로 이를 메웠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직접 수사한 터널 15곳을 포함해 전국의 터널 78곳에서 과다 청구된 록볼트 등 주요 자재비용 187억 원을 전액 환수할 방침이다. 또 도로공사에 수사 결과를 통보하고, 시설관리공단에 터널 안전 정밀진단을 의뢰하도록 요청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