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이 파키스탄의 10대 여성 인권 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 양(17)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축하하는 가운데 파키스탄탈레반(TTP)은 유사프자이 양에게 살해 가능성을 암시하는 경고를 보냈다.
영국 버밍엄 에지배스턴 여고에 다니는 유사프자이 양은 10일 수업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이 상은 단지 목에 걸거나 집에 간직하는 메달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힘이 나게 하고 용기를 북돋워 준다”며 “내게 노벨평화상은 끝이 아닌 출발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인도의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자인 카일라시 사티아르티 씨(60)와 논의했다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함께 12월 10일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제안했다. 미국의 외교전문 잡지 포린폴리시는 “노벨위원회가 파키스탄 무슬림 10대 소녀인 유사프자이 양과 인도 힌두교도인 사티아르티 씨에게 평화상을 공동 수여한 것은 양국의 분쟁 종식과 평화의 계기도 될 수 있는 절묘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최연소 노벨상 수상 소식에 세계 지도자들의 축하도 이어졌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노벨상 선정 결과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관례를 깨고 트위터 메시지를 통해 수상을 축하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노벨위원회가 모든 젊은이의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는 일이 얼마나 시급한지를 일깨웠다”고 말했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은 “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여성 권리 확대만 한 도구가 없다”며 반겼다. 캐나다 정부는 22일 자국을 방문할 예정인 유사프자이 양에게 명예시민권을 주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TTP의 강경 분파인 ‘TTP 자마툴 아흐라르’의 대변인은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발표된 10일 밤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말랄라 같은 사람은 우리가 이교도의 선전 때문에 단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슬람의 적을 위해 날카롭고 번득이는 칼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말랄라는 총과 무력 충돌에 반대하는 언급을 많이 했으나 노벨상을 만든 사람이 바로 폭발물의 창시자임을 모르는 건가”라고 덧붙였다.
유사프자이 양은 TTP의 만행을 고발하다 2012년 하굣길에 보복성 저격으로 머리에 총상을 입었지만 영국에서 수차례 수술을 받고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이후 TTP의 거듭된 살해 위협에도 여성과 아동의 교육받을 권리를 외쳤고 올해 노벨평화상의 주인공이 됐다. TTP는 평범했던 시골 소녀가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가 되기까지 본의 아니게 큰 기여를 한 셈이어서 그의 수상에 강력 반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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