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사이버상 명예훼손 엄벌 방침으로 촉발된 ‘사이버 사찰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검찰은 14일 “카카오톡에 대한 실시간 검열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하면서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과거 인터넷쇼핑몰과 신용카드사 정보 유출 사건 등을 겪으며 ‘개인정보 유출 트라우마’를 갖게 된 시민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검찰총장 “검열 논란 안타깝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14일 카카오톡 감청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카카오톡에 대해 일상적 모니터링이나 검열을 하지 않고, 할 수도 없음에도 ‘실시간 검열’을 우려해 속칭 ‘사이버 망명’이란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사용자들의 우려와 달리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는 감청 영장 청구 대상이 아닌데도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총장이 직접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김 총장은 “카카오톡 같은 사적 대화에 대해 일상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고 인적·물적 설비도 없다”면서 “2600만 명에 이르는 사용자의 대화를 일상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괴, 인신매매, 마약 등 중요 범죄에 한해 법원 영장을 받아 대화 내용을 사후적으로 확인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다음카카오 측이 감청영장 집행을 거부하겠다고 밝힌 것에 관해서는 “법을 지키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본다. 법치국가에서 법을 지키지 않겠다고 나서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대검 간부들에게 “실상을 국민에게 자세히 알리고 조속히 논란이 해소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대검찰청은 15일 유관 부처 실무회의를 개최해 심각한 사이버 명예훼손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면서도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달 18일 열린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사범 대응’ 유관기관 회의를 주관했던 대검 형사부 대신 대검 반부패부가 회의를 주관한다.
○ 시민들 “가족에게도 메시지 안 보여 주는데…”
이러한 검찰의 해명에도 카카오톡 사용자들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하루 평균 100개 이상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는다는 박모 씨(28·대학생)는 “카카오톡 대화는 가족한테도 보여주지 않는데 정부의 감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불쾌하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외에 다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들이 감시 대상이 됐다는 점도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13일 국회 안전행정위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는 수사기관이 스마트폰 내비게이션과 단체 대화방인 ‘네이버 밴드’를 통해서도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경찰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사망)에 대한 수사가 한창이던 올해 7월 두 차례에 걸쳐 통신사 내비게이션으로 출발지나 목적지를 ‘송치재’(유 전 회장 은신처) 등으로 검색한 사람 전원의 휴대전화 번호를 수집했다. 또 경찰은 지난해 12월 철도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의 네이버 밴드 대화와 대화 상대방 정보를 요구한 사실도 밝혀졌다. 박현수 씨(30·회사원)는 “정보 제공에 동의한 적도 없는데 수사를 위한 목적 하나만으로 무분별하게 내비게이션 정보까지 들여다봤다는 것에 경악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보편화로 수사당국이 압수수색을 통해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루트는 과거에 비해 훨씬 다양해졌다. 여기에 압수수색 영장 발급 때 최대한 범위를 넓게 잡는 관례가 겹치면서 불필요한 개인정보까지 수사당국에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찰은 “법원의 영장을 받아 정당하게 처리한 것”이라는 주장만 되풀이해 공분을 사고 있다. 정일권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사생활의 공적 침해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적이 없다. 엄정한 수사를 위한 정보 수집의 적정 범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 다변화된 현 시점의 실상에 맞춰 수사당국의 규정 손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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