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남북 군사접촉)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에 국방부와 통일부 관계자들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일부 당국자는 아예 휴대전화 전원을 꺼놓기도 했다.
이날 남북 군사접촉은 정부의 비공개 방침에 따라 일체의 내용이 철저히 비밀에 가려진 채 진행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오전 회담 시간과 장소를 공개한 뒤에도 두 부처는 “아무것도 얘기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정부 소식통은 “북측 요구로 회담 비공개에 합의한 데다 민감한 시기의 만남이라 양측 모두 부담이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군사 접촉이 끝난 뒤 오후 4시가 지나서야 국방부는 회담 참석자와 협의 의제 등을 발표하고 후속 브리핑을 예고했다. 이를 놓고 정부 당국의 ‘북한 눈치 보기’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많다. 4일 북한 실세 3인방의 인천 방문 직후 국방부와 통일부는 “북측이 비공개를 원한다”는 이유만 앞세워 ‘비밀주의’로 일관했다.
북한이 연천지역에서 대북 전단(삐라)을 향해 고사총을 사격한 다음 날(11일) 국방부는 대북 경고 전통문을 보내고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시치미를 떼다가 북한 매체가 이를 확인하자 뒤늦게 시인했다. 통일부도 13일 오전 북측에 2차 고위급 접촉 일정을 통보하고도 쉬쉬하다 15일 그 내용이 보도되자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가 늦게 발표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 비난이 이어지자 통일부는 “정말 몰랐다”며 무능함까지 드러냈다.
두 부처의 이 같은 행태는 남북대화의 투명성을 강조해 온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 정면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정부가 임기 중반이 가깝도록 남북관계에서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스스로 원칙을 허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박수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남북대화를 원칙에 입각해 투명하게 진행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남북관계는 상대가 있는 문제라는 점, 그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불과 몇 분 안 되는 브리핑에서 “확인해줄 수 없다”는 말을 열여덟 번이나 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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