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현 작가 “한국 단색화, 세계 미술계 족보에 편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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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전 참여 하종현 작가

올해 프리즈 아트페어는 라이브 퍼포먼스를 ‘매물’로 내놓았다. 이 생경한 실험의 이면에는 어떻게든 새로운 수맥을 찾으려는 서구 중심 글로벌 미술계의 절박한 초조감이 숨어 있다. ‘마스터스’전 국제갤러리에서 단색화 작품을 선보인 하종현 작가(79·사진)는 “고집스럽게 거부당해 온 서구 밖 예술의 ‘오래 묵은 새로움’의 가치가 이제야 비로소 인정받은 듯하다”고 말했다. 박서보 이우환 하종현 작가의 단색화 작품은 프리뷰 하루 동안 15만∼40만 달러(약 1억6000만∼4억2000만 원)에 대부분 판매됐다.

―40여 년 전부터 단색화 작업에 매진했다. 이제야 조명 받는 까닭이 뭘까.

“서구 미술계는 어떻게든 모노크롬이나 미니멀 아트의 흐름에 단색화를 싸안고 싶었을 거다. 하지만 서구 미니멀리즘과 단색화는 비슷해 보이면서도 태생이 다르다. 이제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시장’에 나온 것이지만, 세계 미술계의 족보에 한국 미술이 의미 깊은 기록을 남기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서구 미니멀리즘과 단색화는 어떻게 다른가.

“작가의 개념적 표현에 집중한 미니멀리즘과 달리 1970년대에 시작한 단색화 작업은 금욕적인 수행의 결과물에 가까웠다. 맨 정신으로 살아내기 어려운 시대의 힘겨움을 어떻게든 견뎌내 보려는 몸부림이었다. 그 차이를 확인하는 데 이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인지 모른다.”

―외국인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나.


“재료와 작업 방식에 놀라워하더라. 캔버스 대신 마대를 쓰고, 표면의 뒤쪽에서 안료를 앞으로 눌러 배어나오게 한 뒤 앞쪽에서 최소한의 손질을 더하는 방식을 취했다(배압법·背壓法). 재료의 본질을 밀어내 표현하려 한 의도였다. 30대 초반이었다. 아침마다 연탄가스를 뽑아내야 하는 아파트에 주저앉아 ‘내가 자식들 목숨을 담보로 그림을 그리고 있구나’ 절망한 적도 있다. 인생 노을 맞아 풍성한 가을걷이를 누리고 있다. 먼저 세상 떠난 동료 작가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런던=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프리즈 아트페어#마스터스#단색화#미니멀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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