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일 공개한 공무원연금 개혁안 초안이 한국연금학회 개혁안보다 강도가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액 연금 수령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추가하고, 기여율을 10%까지 올리는 시기를 대폭 앞당겼기 때문이다. 기여금 납부 소득상한선은 전체 공무원 평균소득(447만 원)의 1.8배(804만 원)에서 1.5배(670만 원)로 낮췄다. 기여금을 덜 내면, 수급액도 따라서 줄게 된다. 평균연금(219만 원)의 2배 넘게 받는 고액 연금 수급자에 대해 2016년부터 10년간 연금을 동결하는 ‘연금피크제’도 도입하고 선거에 당선되거나 정부 출연기관에 재취업할 경우 연금을 정지시키기로 했다. 다만 현재 평균 연금의 2배 넘게 받는 연금 수급자는 249명에 불과하다.
○ 한국연금학회안과 달라진 점은
재직 공무원의 연금 본인 부담률 인상 시기를 10년에서 3년으로 단축해 적자 수준을 낮추기로 했다. 2016년 8%, 2017년 9%, 2018년 10%로 단계적으로 인상한다.
2016년부터 신규로 임용되는 공무원의 부담률은 4.5%로 낮추는 대신 2028년까지 연금 지급률도 1%로 낮춰 국민연금 수준에 맞춘다. 이렇게 되면 신규 임용 공무원 가운데 매달 300만 원 이상 연금 수급자는 나오지 않게 된다. 2016년부터 공무원연금 월 수령액 현황(2013년 10월 기준)에 따르면 퇴직연금을 받는 전직 공무원 총 31만9510명 중 연금액이 매달 300만 원 이상인 퇴직공무원이 6만7542명(21.2%)에 달했다.
연금 수급자에 대해서는 최대 3%에 해당하는 재정안정화 기여금을 부과해 연금 수령액을 삭감하고, 물가인상률만큼 인상해 오던 연금액 인상률을 부양률(재직공무원 대비 퇴직공무원 수)과 연동해 물가인상률 이하로 올리도록 한 것은 한국연금학회안과 동일하다. ○ 재정절감 효과 얼마나
정부 초안대로라면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한 보전금이 박근혜 정부 임기 내 4조2000억 원으로 당초 재정 추계에 비해 53%나 절감된다. 다음 정부(2018∼2022년)에는 19조9000억 원으로 적자가 61% 줄어든다. 한국연금학회안이 2016년에 43%(2조935억 원), 2017년 41%(2조5507억 원)를 절감한 것으로 예상한 것에 비해 강도가 높다.
하지만 정부가 검토 중인 공직사회 사기 진작 방안을 고려하면 재정 절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부는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는 대신 보수와 퇴직수당을 민간 수준으로 높이기로 했다. 현재 민간 퇴직금(평균임금×재직기간)의 최대 39%까지 받을 수 있는 공무원의 퇴직수당을 민간 퇴직금의 100%까지 올려 퇴직연금으로 전환한다. 또 100인 이상 사업장의 85% 수준인 보수도 인상한다. 결국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금은 줄어들지만, 세금으로 충당하는 공무원 월급과 퇴직금이 늘어나게 돼 재정 절감 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인 셈.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개혁 방향에 동의하지만 퇴직금이 현실화되면 정부 부담은 17% 정도 줄어드는 수준이라 재정 절감 효과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노조 강력반발…향후 입법 과정 난항
전국공무원노동조합·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교원단체총연합회·전국교직원노동조합·한국노총연금공동대책위원회·사학연금공동대책위원회 등 50개 단체가 모인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사자를 배제한 개악안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공투본’ 관계자는 “밀실에서 합의한 안을 들고나와 형식적인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는 정치적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당정은 공무원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해 개혁입법의 주체와 일정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공직사회 개혁 차원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논의해 왔지만 ‘누가 개혁의 칼을 잡을 것인가’를 두고 당정은 줄다리기를 계속해 왔다. 8, 9월 당정청 협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도출하지 못해 결국 한국연금학회를 통해 ‘초안’이 공개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정부 최종안 발표를 미루던 안행부는 17일에야 떠밀리듯이 “당정이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초안”이라며 정부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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