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D의 공포’… 한국이 ‘현금인출기’ 역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0일 03시 00분


외국인들 멈추지 않는 ‘셀 코리아’

달러 강세와 유럽 재정 위기 등 대외변수가 불거지면서 외국인투자가의 한국 증시 이탈 조짐이 심상치 않다. 이달 들어 하루도 예외 없이 ‘팔자’에 나서면서 순매도금액이 2조 원을 넘어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이후 살아나는 듯하던 실물경기가 다시 꺾이는 조짐이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외 악재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각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 2,000 선이 붕괴되며 시작했던 코스피는 17일 현재 1,900.66까지 떨어졌다. 8개월 만의 최저치다. 이달 들어 하락폭은 6.21%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주요 7개 신흥국 가운데 가장 크다. 같은 기간 대만은 5.00%, 싱가포르는 3.71% 하락했고, 필리핀(―3.61%) 태국(―3.60%) 말레이시아(―3.14%) 인도네시아(―2.20%) 등 순이었다.

코스피의 추락은 외국인이 주도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1거래일 연속으로 2조4259억 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7월 4조701억 원, 8월 1조8243억 원을 사들였던 외국인은 지난달 6224억 원을 순매도한 바 있다.

한국 외환시장도 아시아 주요 7개 신흥국 가운데 가장 많이 출렁였다. 이달 들어 달러 대비 원화 가치 하락률은 2.06%로 말레이시아 링깃화(달러 대비 0.40% 하락)의 5배나 됐다. 달러 대비 필리핀 페소화의 가치는 0.27%, 태국 밧화는 0.22%, 싱가포르 달러화는 0.04%씩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 루피아화(0.32% 상승) 대만 달러화(0.10% 상승)는 강세를 보였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의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5년물 프리미엄도 16일(현지 시간) 뉴욕 금융시장에서 0.63%포인트를 나타내 4월 11일의 0.64%포인트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것은 국내외 주식시장을 둘러싼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말부터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로 달러 가치가 치솟자 한국 등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을 빼기 시작했다. 유럽의 경기 회복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위험자산(주식)을 처분하고 안전자산(채권)으로 갈아타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 특히 한국시장에서 자금 이탈이 심각해 일각에서는 “글로벌 자금시장이 조금이라도 경직되면 한국에서 자금을 빼내는 등 한국이 현금자동인출기(ATM)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약세장을 반전시킬 만한 국내 요인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2분기(4∼6월) 성장률이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가운데 3분기(7∼9월) 실물경제 역시 이렇다 할 반등 국면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도 3% 중반대로 일제히 하향 조정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지수 하락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가 크게 떨어졌지만 뚜렷한 저가 매수 주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사실상 코스피의 하단이 열려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 이탈강도는 점차 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달러 강세로 시작된 외국인 자금의 이탈인 만큼 최근 달러 강세가 주춤해지는 점을 감안했을 때 외국인 자금 이탈은 이미 8분 능선을 통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외국인투자가#코스피#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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