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두 여자에게 발등 찍힌 아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1일 03시 00분


자금 불법지출-선거법 위반 의혹…경제산업상-법무상 동반 사퇴
후임 임명 등 조기수습 나섰지만, 아베 정치적 타격… 野 공세 강화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내각의 오부치 유코(小淵優子) 경제산업상과 마쓰시마 미도리(松島みどり) 법무상이 20일 동시에 물러났다. 2012년 12월 아베 정권이 들어선 이후 각료가 스스로 사퇴하기는 처음이다. 아베 총리가 중용했던 여성 각료 2명이 물러나면서 아베 정권의 구심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자금 불법 지출 의혹을 받아온 오부치 경제산업상은 이날 오전 아베 총리를 만나 사직서를 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나의 문제로 인해 경제 정책, 에너지 정책이 지체돼선 안 된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오부치 의원은 2005∼2011년 자신의 선거구인 군마(群馬) 현 유권자들에게 약 5300만 엔(약 5억2500만 원)의 공연 관람비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군마 현 시민단체는 20일 오부치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도쿄지검에 고발했다.

같은 날 사퇴한 마쓰시마 법무상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 축제 때 유권자에게 자신의 의정활동 내용과 캐리커처가 그려진 부채 총 2만1980개를 돌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마쓰시마 법무상은 “부채를 나눠준 것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아베 내각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고 사퇴의 이유를 밝혔다.

아베 총리는 20일 두 각료의 사표를 즉각 수리한 뒤 “이들을 임명한 책임은 총리인 나에게 있다”며 “국민에게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또 아베 총리는 이날 저녁 신임 경제산업상에 미야자와 요이치(宮澤洋一·64) 전 내각부 부대신을, 신임 법무상에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61·여) 전 저출산담당상을 각각 임명했다.

서둘러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을 임명하는 등 조기 수습 노력에도 불구하고 파장은 점차 커지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20일 “(지난달 3일) 여성 5명을 ‘간판’ 각료로 기용해 지지율을 확보해 온 아베 총리가 큰 타격을 입게 됐다”고 전했다.

야당은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제1 야당인 민주당 등 7개 야당은 아베 총리의 책임을 추궁하고 사퇴한 각료가 국회에 출석해 설명할 것을 요구하기로 20일 합의했다. 가이에다 반리(海江田萬里) 민주당 대표는 “자질이 결여된 각료가 꽤 있기 때문에 (추가로) 자질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정치자금 보고서를 고친 에토 아키노리(江渡聰德) 방위상, 지역구 안의 노인 요양시설 개설을 허가해 준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후생노동상, 축산 단체로부터 헌금을 받은 니시카와 고야(西川公也) 농림수산상도 압박할 방침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각료#아베#발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