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환풍구 추락사고로 숨진 16명의 유가족들이 사고가 난 판교테크노밸리 축제 주관사와 피해 보상에 합의했다. 대규모 인명 피해가 난 재난으로는 이례적으로 사고 발생 이후 57시간 만에 빠른 합의에 도달했다.
한재창 유가족 대표는 2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새벽 3시 20분에 사고 행사를 주최한 이데일리, 경기과학기술진흥연구원과 피해 보상에 합의했다”며 “국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유가족들도 꿋꿋이 살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의에는 신속한 사고 수습을 원하는 유가족들의 의중이 반영됐다. 통상 대규모 인명피해가 나면 액수를 정해 합의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통상적인 법원의 사망사고 판례에 따라 위로금을 지급한다는 기준만 결정했다.
중재에 나선 이재명 성남시장은 “유가족들이 과다한 요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빠른 합의가 가능했다”며 “협상 과정에서 특별한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그동안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유가족과 책임 기관 등이 법정 공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빠른 합의를 통해 국가 재난에 대처하는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다는 유가족의 뜻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이데일리와 경기과기원은 유가족들이 요구하면 30일 이내에 피해보상에 나서야 한다. 희생자의 월 급여 등에 차이가 있어 유가족마다 보상 액수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장례 과정에서는 이데일리 등이 유가족당 2500만 원을 일괄 지원한다. 만약 경찰 수사를 통해 경기도나 성남시 등 다른 기관의 과실이 추가로 드러나면 보상에 나서는 기관 수도 늘어난다. 이와 별개로 곽재선 이데일리 회장은 19일 유가족들을 만나 희생자 자녀의 대학 졸업 때까지 학자금 전액 지원을 약속했다.
유가족들은 피해 보상 합의와 함께 이번 사건 관련자들의 형사처벌 최소화도 요청했다. 유가족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번 사건은 개인의 악의나 고의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닌 만큼 사건 당사자들의 형사처벌이 최소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사고 수습 과정에서 경기과기원 관계자 한 분이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가족들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수사기관 등에 가족들의 서명을 담은 입장문도 전달할 방침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