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에 27명(사망 16명, 부상 11명)의 사상자를 낸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는 환풍구 덮개 부실시공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의 수사 대상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와 경기 성남시 등에 따르면 환풍구 사고 현장의 덮개와 이를 지탱하는 하부 십자형 앵글을 확인한 결과 용접이 부실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앵글 같은 경우 상부의 하중을 지지하는 중요한 자재임에도 불구하고 육안으로 봐도 접합 부위의 용접이 불량했다”며 “부실시공으로 인한 붕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번 주말 최종 감식 결과를 내놓을 예정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측도 1차 육안감식으로 비슷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과 국과수는 21일 오후 사고현장 환풍구에서 추락하지 않고 남은 덮개에서 어느 정도의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시공됐는지 강도와 접합 상태 등을 감식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환풍구가 정상 시공되면 어느 정도의 인원까지 하중을 견딜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부실시공 여부와 함께 당초 계획된 자재가 아닌 부실 또는 불량 자재가 쓰였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사고 장소인 2개동 연면적 8만3000m²의 유스페이스는 업무용 건물로 포스코건설이 시공했으며 2012년 2월 성남시로부터 사용승인을 받았다. 경찰은 포스코건설과 문제의 환풍구 공사를 맡은 하청업체, 공사 감리업체 등을 상대로 설계도면, 환풍구 덮개와 앵글의 강도와 규격 등이 기재된 공사 시공 도면을 임의제출 받아 이 부분을 확인 중이다. 또 유스페이스 건축주로부터 건물 관리위탁을 받은 빌딩관리회사 관계자들도 불러 안전주의 의무를 다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람들이 찾지 않는 독립공간에 있었다면 모를까 많은 인파가 찾는 공원 옆 환풍구인 만큼 평소에도 안전에 주의를 기울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홍익표 경찰청 차장은 판교 사고 유가족들이 관련자들의 형사처벌을 최소화해 달라고 요청한 직후에도 기자들을 만나 “수사 결과를 보고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또 19일 압수수색한 행사 관련 문건과 컴퓨터 하드디스크, 관련자 휴대전화 등 20상자 분량의 자료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 참고인 소환조사도 계속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빠르면 이번 주 안에 이미 출국금지된 6명 중에 첫 형사 입건자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고를 둘러싸고 성남시의 책임 여부를 둘러싼 공방도 거세지고 있다. 경찰은 경기과학기술진흥원 본부장이 “(행사 주최를 위해) 성남시에서 500만 원을 받기로 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사고 이틀 전인 15일 성남시가 이데일리에 1100만 원의 배너 광고를 집행하려고 했고, 이재명 성남시장이 당초 사고 행사의 축사를 할 예정이었던 까닭에 ‘성남시 공동 책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는 20일 성남시의 행정광고 집행이 편법 협찬인지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감사관실 직원 4명을 보내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성남시는 “경기도가 책임을 전가하려고 정상적 광고 집행을 문제 삼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찰 측은 “설령 행사를 지원하고 협찬 광고를 집행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형사처벌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십자형 앵글::
직사각형 형태의 쇠막대로, 현장 환풍구 덮개 바로 밑에서 전체적인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환풍구 벽에
가로세로로 여러 개 연결돼 설치된 것. 환풍구를 일괄적으로는 철골 구조물이라고 칭한다. 위 철망 덮개는 스틸 그레이팅, 아래쪽
앵글은 T형강으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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