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날 靑 찾아온 ‘시진핑 특사’-‘아베 책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2일 03시 00분


[中-日 ‘한반도 외교전’]각각 朴대통령-김관진 실장 면담

中 탕자쉬안, 朴대통령 예방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격인 탕자쉬안 전 외교담당 국무위원(왼쪽)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中 탕자쉬안, 朴대통령 예방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격인 탕자쉬안 전 외교담당 국무위원(왼쪽)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특사라고 부르기도 어렵고, 특사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21일 청와대를 예방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탕자쉬안(唐家璇) 전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탕 전 국무위원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공식 특사 임명은 받지 못했지만 정치적 비중과 갖고 온 메시지는 특사에 맞먹는다는 의미다.

2008년까지 중국 정부 외교 사령탑인 국무위원(부총리급)을 맡았던 그는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였던 2005년 이후 일곱 차례 만났다.

○ “탕 위원과 함께 온 AIIB 대표단을 주목하라”

박 대통령과 탕 전 국무위원의 면담에서는 북한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대북 전단 살포와 군사분계선(MDL) 정찰을 둘러싼 총격 등 북한의 긴장 조성 행위가 도를 넘어선 것에 대한 의견이 교환됐다. 2008년 12월 이후 6자회담 중단으로 공전하고 있는 북핵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됐다.

하지만 이는 한국 측 관심사에 가깝다. 탕 전 국무위원이 청와대 예방을 먼저 희망한 만큼 중국에서 전달하려는 별도의 메시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방에는 한반도 담당자인 싱하이밍(邢海明) 중국 외교부 아시아국 부국장도 동행했다. 외교 소식통은 “탕 전 국무위원을 수행해 방한한 진리췬(金立群) 중국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부장을 주목하라”고 귀띔했다. 후궈차이(胡國財) 상무부 외국투자기업협회 부회장, 첸원후이(錢文揮) 자오퉁(交通)은행 부행장 등 투자, 금융 관련 인사들이 대거 동행한 것도 눈길을 끈다.

중국은 올해 말까지 AIIB를 창설한다는 목표 아래 한국에 2대 주주 지위를 주겠다며 참여를 설득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AIIB 창설이 세계은행(WB)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지금까지 유지해온 세계 금융질서를 뒤흔드는 불안정 요인으로 보고 우려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11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AIIB 출범을 확정짓는 계기로 삼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탕 전 국무위원이 박 대통령에게 AIIB 문제를 제기했는가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확인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답변을 피했다.

日 야치, 김관진 실장과 회담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왼쪽)이 21일 청와대에서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전보장국 국장(오른쪽)을 만나 웃는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日 야치, 김관진 실장과 회담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왼쪽)이 21일 청와대에서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전보장국 국장(오른쪽)을 만나 웃는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 이병기-야치 라인 구축하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외교 책사로 평가받는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전보장국 국장은 21일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잇달아 만났다. 야치 국장은 1월 출범한 국가안전보장회의(일본판 NSC)의 사무국인 국가안전보장국을 책임지고 있다. 취임 이후 줄곧 방한 의사를 밝혔지만 일본의 과거사 도발 등으로 무산되곤 했다. 일본은 NSC 설립 준비단계에서 청와대와 교류하며 운영 경험을 배우는 등 돈독한 관계를 쌓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연초부터 방한을 추진했던 야치 국장의 방한이 왜 지금 시점에 성사됐는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 이병기 국가정보원장의 역할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야치의 이번 방한을 통해 ‘이병기-야치 라인’이 구축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정보기관이 별도로 없는 일본은 국가안전보장국을 통해 국정원과 교류를 활성화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특히 이 원장이 박근혜 정부의 초대 주일 한국대사를 지내 일본에 대한 이해가 높고 한일관계 개선에 적극적이라는 점도 일본에는 고무적이다. 외교 소식통은 “야치 국장이 21일 저녁 이 원장과 만찬을 하면서 현안을 두루 다룬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야치 국장은 김 실장을 만났을 때 산케이 신문 전 지국장 기소 문제를 거론하며 “한일 관계를 고려했을 때 지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고 주한 일본 대사관 관계자가 전했다.

한편 윤 장관이 “현재 한일관계는 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상태”라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요구하자 야치 국장은 “한국 입장을 이해한다”며 국장급 협의에서 이 문제를 계속 논의하자고 밝혔다.

::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

중국 주도로 이르면 2015년 출범할 금융기구. 미국과 일본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에 맞서겠다는 의도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10월 아시아 순방 중 공식 제안했다. 총 자본금 한도는 1000억 달러(약 100조 원).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시진핑 특사#아베 책사#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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