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성장을 견인했던 신흥국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이런 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5개국의 저성장 추세가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IMF가 예상한 러시아와 브라질의 올해 성장률은 각각 0.2%, 0.3%로 사실상 제로(0) 성장 시대에 접어들었다. 한때 10%대 성장으로 중국을 위협한 인도는 수년간 4∼5%대 성장에 묶여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달 2일 ‘국가 주도 산업화’라는 신흥국의 발전 모델이 수명을 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세기에는 제조업, 노동집약 산업, 수출 중심의 산업화가 국내총생산(GDP)과 국민소득의 동시 증가, 중산층 확대 등을 촉진해 한국 일본 중국 홍콩이 발전했지만 21세기에는 급속한 세계화, 실물 교역 퇴조 등 환경이 급변했다는 것이다.
특히 산업화에 성공해도 나라의 부(富)만 늘어날 뿐 개인소득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아 성장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의 산업화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1988년 근로자 1인당 평균소득은 2011년 구매력평가(PPP) 환율 기준으로 약 1만 달러(약 1060만 원)였다. 반면 2002년과 2008년 각각 절정기를 맞은 인도네시아와 인도의 1인 소득은 약 6000달러, 3000달러에 그쳤다.
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 저속 성장의 이유로 경제활동의 ‘탈(脫)실물화’를 들었다. 과거와 달리 3차 산업의 중요성이 커졌고 소득이 늘어날수록 소비자들이 의료 교육 정보기술(IT) 서비스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해 제조업만으론 고성장을 떠받치기 어렵다는 것. 1980년 세계 수출의 71%를 차지했던 실물 거래의 비중은 2008년 57%로 감소했다. 반면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구성된 ‘지식 집중(knowledge-intensive)’ 산업의 교역 규모는 2012년 12조6000억 달러로 세계 상품·서비스·금융 거래의 절반을 차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 “향후 10년간 신흥국 경제가 지금보다 나아지기 어렵다. 그간 신흥국 성장세를 주도했던 원자재 수요가 대폭 줄어든 데다 내년부터 미국에서 금리인상이 시작되면 그간 신흥국에 몰렸던 투자자금이 선진국으로 대거 이탈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7일 IMF는 올해 신흥국 성장률 예상치를 4.5%에서 4.4%로 낮췄다. 2011년 말 이후 벌써 6번째 하향 조정이다. 반면 선진국 전망은 기존 1.8%를 유지하고 미국은 7월 전망보다 0.5%포인트 높은 2.2%로 제시했다. 조지 매그너스 UBS 선임 고문은 “신흥국이 2006∼2012년 보였던 이례적인 고성장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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