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의 중국어 실력이 화제다. 저커버그는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학원(경제경영학부와 대학원) 자문위원 자격으로 22일 칭화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어로 말했다. 원고를 보고 읽는 강연이 아니라 학생들과 30여 분 질의응답까지 한 것은 듣기를 포함한 그의 중국어 실력이 수준급임을 드러냈다.
▷중국어는 쉽게 배울 수 있는 언어가 아니다. 어순은 영어와 비슷하지만 독특한 성조(聲調)가 있어 발음하기 어렵다. 한자(漢字)도 몰랐을 미국인이 이 정도의 중국어를 구사한다는 것은 평소 중국어에 엄청난 시간과 열정을 쏟아 부었음을 의미한다. 저커버그는 이날 “영어를 전혀 못 하는 아내의 할머니를 위해 중국어를 배우게 됐다”고 말해 각별한 아내 사랑을 드러냈다. 저커버그의 부인은 하버드대 동문인 중국계 미국인이다. 누리꾼들은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천재는 외국어도 빨리 배운다”고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저커버그의 중국어 공부가 처가(妻家)와 소통하기 위한 목적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중국은 2009년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 유혈사태 이후 페이스북과 트위터 접속을 차단했다. 위구르계 반체제 인사가 페이스북에서 시위 참여를 촉구한 것이 빌미가 됐지만 자국의 인터넷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 중국 정부가 이렇게 외국 기업을 규제하는 사이 중국 검색엔진 바이두는 급성장했고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인터넷의 종주국 미국에 진출했다.
▷페이스북은 세계 최대의 시장인 중국의 문을 다시 열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 저커버그가 수차례 중국을 방문하며 친근감을 표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본토 진출을 염두에 두고 홍콩 사무소를 열었다. 저커버그가 중국 이공계의 메카 칭화대 자문위원을 맡고 ‘깜짝 중국어 실력’까지 보여준 것도 어떻게든 중국 당국의 마음을 사로잡아 보려는 노력으로 이해된다. “앞으로 중국어를 못 하면 먹고살기 힘들 것”이라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예언이 맞아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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