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 추진을 위해 본격적으로 칼을 뽑아 들었다. 현 제도를 유지할 경우 당장 국가재정이 파탄날 것이라는 명분을 내걸었다. 새누리당이 27일 발표한 개혁안은 다수의 하위직과 소수의 고위직 공무원을 구별했다. 하위직 공무원의 부담은 줄이되 고액 연금을 받는 고위직 공무원에게 부담을 더 지우겠다는 것. 국가재정을 살리자는 국민적 명분을 내걸면서 공무원 조직의 반발을 최소화하자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 “공무원 조직 반발 최소화 전략”
지금까지 공무원연금은 소득에 비례해 연금을 지급받는 구조로 월급을 많이 받는 고위 공무원에게 유리했다. 국민연금은 수익비가 평균 1.6배지만 공무원연금은 수익비가 평균 2.4배에 이르는 데다 국민연금과 달리 공무원연금에는 소득에 따라 지급액 산정 기준을 다르게 하는 소득 재분배 기능이 없었다.
새누리당 공무원연금 개혁안에는 연금액을 산정할 때 자신이 재직했던 기간에 받았던 평균소득뿐만 아니라 최근 3년간 공무원 평균소득을 함께 계산하도록 했다.
1998년 9급으로 임용된 공무원 A 씨(현재 7급)가 앞으로 13년을 더 일한 뒤 6급 공무원으로 퇴직한다고 가정할 경우 현행 제도라면 공무원연금을 5억2003만 원 받을 수 있었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연금 총액이 4억6802만 원으로 약 10% 줄어든다. 그 대신 A 씨가 내야 하는 기여금은 7856만 원에서 9231만 원으로 17% 증가하게 된다.
지금보다 더 내고, 덜 받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효과다. A 씨가 86세 때 연금을 수령하고 그의 사후에 배우자가 94세까지 연금을 받는 상황을 가정한 경우다.
○ “연금체계 붕괴 위기감”
공무원연금의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정부는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2조2000억 원을 부담했다. 하지만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연금 수령 기간이 늘어나 향후 10년간 추가로 53조 원의 보전금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예상돼 연금체계 자체가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새누리당이 제시한 개혁안은 공무원연금의 적자를 보전해주는 정부 보전금의 규모를 최대한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행대로라면 박근혜 정부가 2016, 2017년 동안 8조 원을 보전금으로 써야 하지만 새누리당 개혁안이 통과돼 2016년부터 시행되면 같은 기간 3조8000억 원만 보전하면 된다. 장기적으로 2016∼2027년 정부 보전금은 93조9000억 원이 필요하지만 개혁안이 시행될 경우 보전금을 46조1000억 원까지 낮출 수 있어 약 50%의 재정 손실을 막을 수 있다.
이미 연금을 받고 있는 퇴직 공무원의 경우 고액 연금자의 연금액을 동결해 비용 분담 효과를 꾀하고 있다. 평균 연금액 약 219만 원의 2배인 438만 원 이상을 받는 연금자는 2016∼2025년 연금 수령액이 동결된다.
논란이 됐던 재취업 공무원의 경우 취업 기간에는 연금을 전액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정부가 전액을 출연·출자한 공공기관에 재취업한 경우와 선거직으로 취임했을 때만 적용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공무원연금개혁 태스크포스(TF) 이한구 위원장은 “이번 개혁안을 반대하는 사람은 한마디로 국가 부채가 늘어나도 좋다는 사람과 같다”고 주장했다. ○ 정부와 학계는 “가장 강도 높은 개혁안” 평가
전문가들은 새누리당 방안에 대해 국민연금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춰 나가기 위한 첫발을 뗀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연금학회장을 지낸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소득 재분배 기능을 도입했고, 연금 개시 연령을 2031년에는 65세로 늦추는 일정이 확정됐다”며 “지금까지 발표된 방안 가운데 가장 강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한편 여권에서는 연금 개혁에 반발하는 공무원을 달래기 위한 사기 진작책으로 퇴직수당 및 보수 인상과 함께 65세 정년 연장 등의 카드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0세 이후 계약직 임용 및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정년을 연장하는 대안도 일각에서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안행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정부가 정년 연장을 절대로 추진할 수 없고 실제로 추진하고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 다만 올해 말까지 공무원 사기 진작책 도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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