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담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적극 두둔해 눈길을 끌었다.
문 위원장은 박 대통령에게 “김 대표가 야당이 하도 개헌 얘기를 하니까 (개헌 봇물론을) 말한 것”이라며 “김 대표를 너무 미워하지 말라. 화해하라”고 ‘중재’에 나섰다. 김 대표의 ‘개헌 봇물론’ 발언 이후 냉랭해진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관계를 두고 한 말이다. 박 대통령은 문 위원장의 말을 듣고 크게 웃었다고 한다.
또 문 위원장은 박 대통령에게 “개헌을 너무 민감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개헌 논의에 대해 ‘해도 된다, 안 된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개헌론은) 경제를 삼키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며 개헌 논의에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시종 자세를 낮췄다고 한다. 개헌론 공방으로 박 대통령과 불편해진 분위기를 의식한 듯했다. 이날 박 대통령보다 먼저 회담장에 들어선 김 대표는 좌석 배치를 보더니 여당과 야당의 자리를 맞바꾸도록 했다. 원래 박 대통령 오른쪽에 여당 지도부가, 왼쪽에 야당 지도부가 앉도록 돼 있었다. 김 대표는 “오늘은 야당 지도부가 더 많은 얘기를 해야 하니 자리를 바꾸자”고 했다. 의전 관례상 오른쪽이 상석인 점을 염두에 둔 조치였다. 박 대통령과 문 위원장의 발언이 끝난 뒤 김 대표는 “문 위원장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짧게 말한 뒤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에게 발언권을 넘겼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도 “국회가 국민에게 온기와 희망을 드렸으면 좋겠다”며 경제 활성화 법안과 개혁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당부했다. 우 원내대표가 “멀찍이 떨어져 있어야 (할 말을) 하는데, 탁자가 작아 간격이 너무 좁다”며 농담을 건네자 박 대통령은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라고 탁자를 줄인 것 같다”고 화답했다.
문 위원장은 또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경제 활성화를 강조한 것을 두고 “(박 대통령이) 경제 박사가 됐구나 생각했다. 처음도 경제, 끝도 경제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문 위원장은 시정연설에 앞서 박 대통령과 환담을 나눌 때도 시종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띄웠다. 박 대통령이 문 위원장에게 “비대위원장을 두 번이나 하고 계시다. 당내 신뢰가 큰 것 같다”고 하자 문 위원장은 “제가 비대(肥大)해서 그렇다”고 농담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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