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김무성 너무 미워 마세요”… 朴대통령 폭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0일 03시 00분


[국회 찾은 朴대통령/여야 지도부와 회동]
화기애애했던 회동 이모저모… 金, 대통령의 오른쪽자리 野에 양보
朴대통령 “탁자 작으니 오순도순…”



29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담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적극 두둔해 눈길을 끌었다.

문 위원장은 박 대통령에게 “김 대표가 야당이 하도 개헌 얘기를 하니까 (개헌 봇물론을) 말한 것”이라며 “김 대표를 너무 미워하지 말라. 화해하라”고 ‘중재’에 나섰다. 김 대표의 ‘개헌 봇물론’ 발언 이후 냉랭해진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관계를 두고 한 말이다. 박 대통령은 문 위원장의 말을 듣고 크게 웃었다고 한다.

또 문 위원장은 박 대통령에게 “개헌을 너무 민감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개헌 논의에 대해 ‘해도 된다, 안 된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개헌론은) 경제를 삼키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며 개헌 논의에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시종 자세를 낮췄다고 한다. 개헌론 공방으로 박 대통령과 불편해진 분위기를 의식한 듯했다. 이날 박 대통령보다 먼저 회담장에 들어선 김 대표는 좌석 배치를 보더니 여당과 야당의 자리를 맞바꾸도록 했다. 원래 박 대통령 오른쪽에 여당 지도부가, 왼쪽에 야당 지도부가 앉도록 돼 있었다. 김 대표는 “오늘은 야당 지도부가 더 많은 얘기를 해야 하니 자리를 바꾸자”고 했다. 의전 관례상 오른쪽이 상석인 점을 염두에 둔 조치였다. 박 대통령과 문 위원장의 발언이 끝난 뒤 김 대표는 “문 위원장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짧게 말한 뒤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에게 발언권을 넘겼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도 “국회가 국민에게 온기와 희망을 드렸으면 좋겠다”며 경제 활성화 법안과 개혁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당부했다. 우 원내대표가 “멀찍이 떨어져 있어야 (할 말을) 하는데, 탁자가 작아 간격이 너무 좁다”며 농담을 건네자 박 대통령은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라고 탁자를 줄인 것 같다”고 화답했다.

문 위원장은 또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경제 활성화를 강조한 것을 두고 “(박 대통령이) 경제 박사가 됐구나 생각했다. 처음도 경제, 끝도 경제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문 위원장은 시정연설에 앞서 박 대통령과 환담을 나눌 때도 시종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띄웠다. 박 대통령이 문 위원장에게 “비대위원장을 두 번이나 하고 계시다. 당내 신뢰가 큰 것 같다”고 하자 문 위원장은 “제가 비대(肥大)해서 그렇다”고 농담을 건넸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박근혜#김무성#문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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