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이뤄진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3자 회동은 13개월 전 3자 회동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13개월 전엔 박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서로 얼굴을 붉혔지만 이번 3자 회동 분위기는 진지하면서도 농담이 오갈 정도로 화기애애했다는 평가가 있다. 이날 3자 회동에는 세월호 참사 관련 후속 법안인 세월호 특별법 등 3대 법안과 공무원연금 개혁, 개헌 등 민감한 현안이 대부분 논의됐다. 일부 현안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 세월호 3법 이달 처리 ‘가능’
여야는 회동 직후 합동브리핑에서 “세월호 관련 3법은 여야가 합의한 대로 이달 말까지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여야는 최대 현안인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상당 부분 접점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 임명과 관련해선 새누리당은 ‘외부인사’를 주장했지만 결국 유가족이 맡기로 가닥이 잡혔다고 한다.
최대 난제였던 세월호 특별법 제정 문제가 풀림에 따라 여야가 공언한 대로 이달 말까지 세월호 특별법과 정부조직법, ‘유병언법(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 등 3대 법안이 일괄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정부조직법과 관련해 끝까지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여야는 해양경찰청과 소방방재청 폐지 등에 대해 이견을 보여 왔다. 백재현 정책위의장은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여당에서 정부조직법 원안을 고수하면 그대로 될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겠다”면서도 “(새누리당이) 의결하겠다면 말리지 않겠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라고 했다. 하지만 30일 예정된 양당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2+2’ 회의에서 여야가 세부 항목을 놓고 이견을 보일 경우 법안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 공무원연금 개혁 ‘지연’ 가능성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 야당은 시한에 쫓길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개혁의 당위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서두를 것까지는 없다는 얘기다. 연내로 처리 시한을 굳힌 여권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김성수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박 대통령에게 ‘공공기관 개혁과 공무원연금 개혁은 둘 중에서 하나만 성공해도 역사에 남을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문 비대위원장은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상정되면 처리해야” vs “상정과 처리는 달라”
내년도 예산안을 법정 처리시한인 12월 2일까지 처리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올해는 법정 처리 시한에 예산안 자동부의 조항이 신설된 국회선진화법이 적용되는 첫해다.
여야는 회동 직후 “예산안은 법정 시한 내 처리하도록 노력한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 백 정책위의장은 “처리하기로 했다”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처리하기로 했다는 것이 처리를 못 박는 것으로 너무 강하게 표현됐다”며 “법정 시한 내 처리를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기한 내 예산안 처리에 얽매일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포석이다.
국회선진화법을 놓고 여야는 해석 차를 보이고 있다. 여당은 예산안이 상정되면 처리까지 해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야당은 “예산안 상정과 처리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예산안 처리를 놓고 언제든지 충돌할 수 있는 ‘발화점’이다.
○ 개헌 논의 ‘난항’
박 대통령이 ‘블랙홀’이라고 언급한 개헌 논의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새정치연합은 우윤근 원내대표가 개헌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고, 문 비대위원장도 “개헌도 골든타임이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집권 3년 차에 들어서면 여야 모두 유력한 대선 후보들이 떠오르게 되고 개헌 논의는 사실상 힘들어진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개헌론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개헌 논의에 대한 함구령을 내린 상태다. 이래저래 당분간 개헌 논의가 본격화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여야 모두 분권형 개헌파가 상당수 포진해 있어 정기국회가 끝나는 내년부터 어떤 형태로든 개헌 논의가 불붙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국정조사는 새로운 ‘변수?’
야당은 이날 회동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한 4대강 사업이나 자원외교, 최근 불거진 군납비리나 방산(防産)비리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박 대통령도 시정연설에서 “방산비리는 이적(利敵) 행위”라고 질타했다. 하지만 야당의 전방위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선 확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그 대신 방산비리에 국한해 강력한 수사의 필요성을 밝혔다고 한다. 야당이 국정조사 이슈를 전면화하면 내년도 예산안, 민생경제법안 처리와 함께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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