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발머리 여학생이 선생님의 질문에 헬멧을 조여 보이며 대답했다. 취재팀이 찾은 미국 뉴욕 할렘 가 ‘안전도시(Safety City)’ 교실 안에는 어린이 10여 명이 교통안전 교사 2명으로부터 수업을 받고 있었다. 한쪽 벽면은 이곳을 거쳐간 ‘학생 안전대사’들이 남긴 표어와 그림이 가득했다.
25년 전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와 할렘 가를 잇는 파월 거리는 뉴욕에서 어린이 안전이 가장 위협받는 곳이었다. 재정이 열악해진 시 당국이 어린이 안전시설이나 경찰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탓에 아이들의 등굣길은 무법질주하는 차량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할렘의 기적은 정부와 지역 커뮤니티 간 협력의 산물이었다. 1989년 할렘 가 아동병원이 아동 교통사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뉴욕 주 교통부에 요청했다. 뉴욕 주 교통부와 정부 지정 비영리단체인 ‘안전한 거리 기금’이 지원에 나섰다. 정부는 병원, 경찰, 보험 및 의료 서비스 사업자, 교통 담당자, 학교 소속 교통정리원 등과 협력해 현장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들은 담당지역 내 크고 작은 행사에 참석해 어린이 교통안전 프로그램을 홍보했다.
뉴욕 주 교통부에 따르면 할렘 가 안전도시가 문을 연 지 3년 만에 5∼16세 지역 아동의 교통사고는 55%까지 감소했다. 6년 후에는 할렘을 포함한 뉴욕 북부 전역에서 보행자 사고가 40%(인구 10만 명당 127.15명에서 76.51명으로) 감소했다. 뉴욕 주 교통부 킴 윌리슈워츠 씨는 “이곳 안전도시 프로그램은 지역공동체가 합심해 일궈낸 모범 사례로 포드사와 하버드대 등에서 여러 차례 상도 받았다. 뉴욕 정부는 ‘할렘의 기적’을 도시 전체로 이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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