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의 대표 인기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서 시원한 입담으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온 탈북 방송인 이순실 씨(44).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만난 그는 거의 탈진 상태였다. 밤새 코피를 여러 차례 쏟았다고 했다.
사단법인 월드피스자유연합의 홍보대사 자격으로 유엔을 방문한 이 씨는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고 북한의 반인권 범죄 책임자들을 문책하라’는 내용이 담긴 북한인권결의안 지지를 호소하느라 “1분 1초가 아깝다”고 했다.
“그동안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했거나 반대했던 국가의 유엔 대표부 사람들을 만나서 제가 직접 보고 겪은 북한 인권의 참상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강제 낙태의 실상을 알려주면 특히 여성 외교관들 대부분은 같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 씨는 “중국으로 넘어갔다가 붙잡혀 돌아온 사람들을 모아놓은 ‘양강도 보위부 감옥’에서 만삭의 여성이 강제로 낙태주사를 맞았고 그렇게 사산(死産)된 아이가 그 엄마도 이용하는 공동변소에 버려졌다”며 하루 3∼5개국 외교관들에게 설명했다. 그 감옥에서 낫이나 주전자로 얻어맞아 생긴 자신의 상처도 보여줬다.
그의 영어 통역을 돕고 있는 권은경 열린북한방송 국제팀장은 “이 씨가 다시 떠올리기 싫은 그 아픔을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반복해서 말하느라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씨는 “북한은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미는 게 일상화돼 있는 집단”이라며 “최근 북한의 ‘방어적 공세’도 위기를 모면하려는 얕은 술책에 불과하다”며 “그들의 정체를 알리기 위해 귀국 직전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하겠다”고 힘을 냈다. 그는 뉴욕을 떠나기 전날인 1일 예정에 없던 ‘유엔 북한대표부 앞 1인 시위’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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