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 여야 합의를 수용하겠다고 밝힌 다음 날인 3일 오전 10시경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 농성장은 유가족 1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세월호 사고 이후 고관절 수술을 받은 유가족 A 씨는 다리가 아파 제대로 앉지 못하고 무릎을 꿇은 채 농성장을 지키다 병원으로 향했다. 아침식사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웠던 다른 가족들이 곧 농성장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한 번도 아침을 사먹은 적이 없었어요. 항상 주변 이웃들이 가져다주시는 밥이나 컵라면을 먹었지. 이제 여기 철수한다고 해서 오늘 밥이라도 한 번 먹자고 식당에 갔다 온 거예요.” 이곳에서 주야로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은 4명. 이들은 특별법 여야 합의 이후 차분히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
8월 22일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농성을 시작해 이달 3일로 74일째.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청운동 농성장의 바닥은 차가웠다. 천막 두 개를 이어 만든 농성장에는 전기장판 두 개가 깔려 있었지만 그나마 한 개만 켜져 있었다. 전기는 인근 주민센터에서 끌어다 썼다.
날씨는 추워졌지만 유가족들의 말은 단호했다. “언제든 만나러 오라던 대통령을 70일 넘게 기다렸지만 끝내 만나지 못했어요.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거예요. 이제 청와대로 안 갈 거예요.” 1일 세월호 200일 추모집회에서도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다시는 대통령에게 만나달라고 애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청운동 농성장은 이르면 5일 철수해 광화문 농성장에 합류할 예정이다.
광화문광장의 바람은 다른 곳보다 거셌다. 평소 농성장 안에 세워놓던 세월호 관련 나무패널들도 바람 때문에 모두 치워놓은 상태였다. 광화문 농성장에 상주하는 3명의 유가족도 전기장판 한 개와 두꺼운 겨울 패딩으로 찬바람을 견디고 있었다. “아이들이 죽었는데 우리는 추워도 상관없어요.” 7월 14일 농성이 시작되고 113일째 경기 안산 집에 못 갔다는 유가족 오모 씨(42)는 이렇게 말했다.
광화문 농성장은 특별법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오 씨는 “특별법 제정이 끝이 아니고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는지가 중요하다. 진실이 규명되는지 이곳 광화문에서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농성장도 이른 시일 안에 철수하고 앞으로 세월호 유가족들은 광화문 농성장에 모일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들은 광화문 농성장에서는 당분간 철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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