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동아부동산정책포럼]
현행 제도 ‘담합 관행’ 부추겨… 2014년들어 공고낸 15건중 13건 유찰
최근 첫 삽도 뜨지 못하고 미뤄지는 대형 공공공사가 늘어나고 있다. 수익성이 떨어진 데다 담합조사에 대한 부담으로 건설업체들이 공공공사 수주를 기피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공공공사의 입찰 과정에 담합이 있다면 엄벌해야 하지만 현행 제도가 담합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 때문에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정부와 공공기관이 입찰 공고한 공공공사 15건 중 13건의 공사가 유찰됐다. 유찰된 공사의 총 규모는 1조5000억 원에 이른다.
조달청은 최근 1590억 원 규모의 ‘서울지하철 5호선 하남선(상일∼검단산) 복선전철 5공구 건설공사’에 대해 재공고를 냈다. 1개 컨소시엄만 입찰에 참가해 유효 경쟁요건 부족으로 유찰됐기 때문이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발주한 ‘제2여객터미널 골조·외장공사’ 입찰도 2차례 유찰 끝에 올해 5월 한진중공업 컨소시엄과 수의계약을 맺었다. 공사 추정 금액만 5682억 원이 넘는 대형 공사가 시공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제시하는 공사비가 이윤을 내기 어려울 정도로 낮고, 자칫 담합으로 몰리면 과징금 부담이 만만찮아 입찰 참가를 꺼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체들의 담합이 자주 발생한 이유로 건설업계는 ‘턴키 입찰’(설계 및 시공 일괄 입찰 방식)과 최저가낙찰제 등 가격 경쟁만을 부추기는 현행 입찰 제도를 꼽는다.
‘턴키 입찰’에 참여하려면 건설업체는 총공사비의 2∼3%인 설계비를 먼저 들여야 한다. 공사를 수주하면 이 비용을 보상받지만 탈락하면 70% 이하만 돌려받는다. 탈락에 따른 손해를 줄이려다 보니 업체들끼리 낙찰 업체를 미리 정하고 나머지 업체들이 들러리를 서주는 잘못된 관행이 생겼다는 게 업계의 항변이다.
건설사들이 담합의 유혹에 빠지는 다른 이유는 최저가낙찰제다. 입찰가격이 가장 낮은 업체를 골라 덤핑 여부만 판단해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 때문에 과도한 경쟁으로 낙찰을 받고도 손해 보는 업체가 많았다. 이런 ‘승자의 저주’를 피하려다 보니 입찰 전에 업체들끼리 입찰 참여 여부와 입찰가격 등 동향을 파악하게 됐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찰 담합 과징금 폭탄으로 국내 건설업체들은 휘청대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건설사들이 담합을 이유로 부과 받은 과징금은 호남고속철도 공사(4355억 원)를 비롯해 11건, 5573억 원에 이른다. 공정위가 조사 중인 4대강 2차 턴키 공사 담합 등이 마무리되면 연말까지 건설업계에 부과되는 과징금이 1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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