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변 정세 출렁/가까워지는 北-美]
“아들은 선교, 며느리는 한복사업… 거듭 말렸지만 北 왕래하다 고초
평양에 당뇨약 보내… 건강해 다행”
“그저 푹 쉬라고 했다. 그 외에 할 말이 뭐가 있겠나.”
9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자택에서 본보 기자와 만난 배성서 씨(70)는 아들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 씨와 통화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배 씨는 프로야구단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 이글스)의 초대 감독 출신 야구인.
배 씨는 아들이 풀려난 것에 대해 “특사만 가면 아들이 나오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고 담담하게 말하면서도 3년 전 아들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을 어루만졌다. “어제 동네 기원에 있는데 아내로부터 ‘준호가 (북한에서 나와) 괌으로 가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갑자기 뒷목이 뻣뻣해졌다. 울컥했다.”
준호 씨는 별다른 말썽 없이 잘 자라준 맏아들이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신학을 공부한 뒤 7, 8년 전 선교활동을 위해 중국으로 갔다. 아들과 중국 단둥에서 만난 며느리는 북한을 오가며 한복 사업을 했다. 아들이 북한을 오가는 일도 잦아졌다. 평안북도 영변 출신인 아버지 배 씨의 영향도 있었다. 배 씨는 “‘나는 이북을 잘 안다. 그래서 더욱 이북에 가지 말라’고 몇 차례 아들에게 충고했다. 그런데도 괜찮다고 하더니 결과적으로 이렇게 고생을 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TV 화면을 통해 아들의 모습을 확인한 배 씨는 “살도 20kg 넘게 빠지고 병원도 자주 오갔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겉모습은 예전과 크게 달라보이진 않았다”며 “평양에 있는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꾸준히 당뇨약을 보낸 게 효과가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배 씨는 전날 아들의 석방 소식이 전해진 뒤 지인들의 축하 인사를 받느라 눈도 못 붙였다고 했다. 인터뷰가 끝난 뒤 교회 지인들이 마련한 축하 자리에 참석한다며 일어섰다. 그는 이르면 이번 주말 아들을 만나러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다. 아들을 만나면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묻자 배 씨는 “‘다시는 북한 근처에 가지 말라’고 하겠다. 아마 본인도 (경험을 했으니) 알아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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