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병태]과학적 분석없이 도박으로 전락한 경제정책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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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KAIST 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KAIST 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논란이 뜨겁다. 신규 가입은 크게 감소했으며 구형 휴대전화 거래는 증가했다. 이 결과가 지속된다면 제조사와 판매점 대리점의 수익성에 심대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으로 휴대전화 지원금은 상한선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신형 휴대전화의 실질 구매가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법 시행 이후의 계약 형태를 보면 통신사 간의 시장 점유율 편중과 고착화도 예상되는 등 연관 산업과 국민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와중에 미래창조과학부는 일부 긍정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 더 분명해질 터이니 그저 참고 기다려 보자고 할 뿐이다.

경제에서 모든 참여자에게 일방적으로 긍정적인 일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를 책임지는 정부는 경제 전반의 영향을 고려해서 정책을 기획하고 평가하여야 한다. 하지만 단통법의 경우 보조금의 수준이 어떻게 시장에서 설정될 것인지, 통신비가 얼마나 줄어들지, 제조업과 유통산업에 얼마나 영향을 주고 물가나 경제성장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에 대한 아무런 예측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회나 방송통신위원회, 규제개혁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경제정책과 규제를 만드는 와중에 체계적인 사전 연구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진 도박과 같은 무모한 실험이라는 증거다. 이러한 분석이 없으니 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이성적 판단도 불가능한 채, 정책당국마저 일부 이익단체의 논리를 확대, 재생산하거나 기다려 보자는 궁색한 말만 하고 있다. 이는 전환기적 위기에 처한 국가경제를 책임진 정책 당국의 일하는 방식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지경이다.

최근 한 계약직 직원의 자살로 비정규직 감소와 차별 철폐를 목적으로 했던 비정규직법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10명의 비정규직 가운데 정규직 전환은 1명에 불과하다. 규제로 고용형태를 강요하다 보니 우리나라 취업유발계수는 선진국보다도 낮게 급격히 하락하고 있으며 중장년층의 40%가 임시직으로 고용의 질이 하락하고 있다. 이 법 이전에 쉽사리 재계약이 되던 비정규직들은 이제 실직과 임시직의 악순환에서 경험 축적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기업의 고용환경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바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 또한 체계적인 예측 연구나 영향평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형유통점 강제 휴무제 또한 마찬가지다. 골목시장에 대한 실질적 영향은 물론이고 대형마트와 납품업체, 생산자의 손실과 고용, 소비자의 후생 등 어떤 영향에 대해 정책당국의 사전·사후 평가는 존재하지 않는 반면에 우리의 자영업자 비중은 지나치게 높고 계속적 부도로 중산층 몰락의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정치권이 인기 영합적으로 추진하는 법안과 이익단체의 요구에 대해 국민경제적 입장에서 아무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이나 예측, 사후 영향평가 없이 정책당국이 국민경제를 놓고 도박을 감행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모두 동일하다. 정책당국의 태만과 무책임성은 경제통계 관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각종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자료가 생략되는 곳이 빈번하다.

최근 행정부에 비해 의회 권력이 크게 강화되어 있고 표를 의식한 무분별한 규제의 유혹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정책당국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분석 능력이 없이 정치권과 이익단체와 같은 수준이라면 국민경제를 놓고 얼마나 더 위험한 도박을 할지, 이런 공무원들과 정책연구소에 왜 세금으로 월급을 주어야 하는지 궁금하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KAIST 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
#단통법#대형마트 강제휴무#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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