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선장 퇴선 지시”… 부상자 버린 기관장만 살인죄 적용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2일 03시 00분


[세월호 선장 징역 36년]광주지법, 선원 15명 1심 선고

검찰이 침몰하는 세월호를 버리고 먼저 구조된 이준석 선장(왼쪽에서 두 번째)을 살인죄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징역 36년을 선고했다. 이 선장과 승무원들이 11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참석해 앉아 있다. 광주=사진공동취재단
검찰이 침몰하는 세월호를 버리고 먼저 구조된 이준석 선장(왼쪽에서 두 번째)을 살인죄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징역 36년을 선고했다. 이 선장과 승무원들이 11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참석해 앉아 있다. 광주=사진공동취재단
침몰하는 세월호의 승객을 방치한 채 탈출한 선원들에게 법원은 ‘승객 사망에 대한 고의성이 없었다’며 살인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기관장 박기호 씨(53)만 승객이 아닌 부상당한 동료 조리원을 방치한 채 탈출해 유일하게 살인죄가 인정됐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임정엽)는 11일 세월호 참사 직후 가장 먼저 구조선을 탔다가 살인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이준석 선장(69)에게 “구조 조치를 안 한 것은 유기행위에 해당하지만 살인으로 볼 증거는 부족하다”며 징역 36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검찰이 이 선장과 일부 선원에게 사형과 무기징역을 구형한 이유였던 살인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선박도주 혐의가 각각 검찰의 입증 부족, 유추해석 가능성 때문에 유죄로 인정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은 이 선장과 박 기관장 등 4명을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기소했다. 침몰선에 갇힌 승객에게 퇴선 지시를 하지 않고(부작위) 탈출한 것은 승객을 직접 살해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이 선장이 해경정이 도착한 뒤 퇴선 지시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승객이 사망한 결과를 용인했다는 고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선장은 수사 초기엔 퇴선 지시 없이 내렸다고 인정했다가 재판에서 진술을 번복했고, 퇴선 지시를 들었다는 일부 선원의 진술이 나와 검찰이 ‘살인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 재판부는 “이 선장이 장기간 수사에 지쳐 허위로 진술했다는 주장에 수긍이 간다”고 밝혔다. 다만 박 기관장이 탈출 당시 부상을 입고 복도에 쓰러져 있던 조리원 2명을 보고도 구하지 않고 지나친 행위(부작위)는 살인과 마찬가지였다고 봤다. 광주지검은 이 선장 등 나머지 3명에게도 살인죄가 반드시 적용돼야 한다며 항소하기로 했다.

검찰의 안일한 공소 유지로 사고 책임자인 이 선장에게는 하마터면 징역 10년 미만의 형이 선고될 뻔했다. 36년형의 근거였던 유기치사상 혐의(3년 이상 유기징역)를 검찰이 한 달 전에 뒤늦게 추가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유기치사상죄를 빼면 선원법(5년 이하 징역) 등 나머지 혐의를 다 합쳐도 최대 7년 6개월 형의 범위 안에서 선고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조타 과실을 세월호 침몰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화물 과적과 부실 고박 때문에 세월호의 복원성이 악화된 상태에서 조타 과실로 배가 기울어졌고 이것이 침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남은 재판은 사고 후 부실한 조치와 해운업계 비리에 관한 것이다. 20일엔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김한식 대표와 한국해운조합 관계자 등 11명의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허위 교신일지를 작성한 진도해상교통관제센터(VTS) 관계자들은 1심 공판이 진행 중이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세월호 선장 징역 36년#세월호 기관장 살인죄#세월호 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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