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2시 반 광주지법 201호 법정. 재판장인 임정엽 부장판사가 이준석 세월호 선장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그 순간 피고인석 첫 자리에 앉아 있던 이 선장의 표정은 예상했다는 듯 담담했다. 이 선장은 지난달 27일 최후진술에서 “사고 당시 정상이 아니었고 살인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맞은편에 있던 일부 검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후 1시 선고 공판이 시작되자 이 선장은 서둘러 법정에 들어서면서 방청석에 앉아 있던 유가족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전모 조기장(61)은 재판부에 깍듯이 인사를 하기도 했다.
이날 이 선장 등 선원 15명은 무표정하게 자리를 지켰다. 일부는 멍하니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재판부가 “세월호 승객들을 구하지 않고 탈출해 304명이 죽고 172명이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고 지적하자 얼굴이 굳어졌다.
“선원들이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교신, 퇴선방송 등의 구호조치를 했고 기울어진 선체 이동이 불가능했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으나 승객 비상갑판 유도 등 퇴선 준비를 하지 않아 유기치사상죄가 인정된다.” 신모 1등 항해사(33) 등은 재판부가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자 인정한다는 듯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이 선장 등은 선고가 끝나자 법정 경위들에게 둘러싸인 채 서둘러 법정을 빠져나갔다. 방청석에서는 고함과 통곡이 쏟아졌다. 유가족들은 “죽은 애들만 불쌍하다” “이게 (정당한) 법이냐”라고 외쳤다.
유가족들은 오후 3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에서 숨진 아이들의 고통을 외면한 판결이다. 슬픔과 분노를 넘어 허탈하다”며 “선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2, 3심에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한 유가족은 “이 선장이 69세여서 징역 36년은 사형이나 마찬가지다. 그래도 재판부가 최소한 이 선장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사형을 선고할 것으로 기대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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