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꼴찌이며, 세계에서도 최하위권이다. 출산율이 이대로라면 국가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존망을 논해야 하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동아일보는 보건복지부와 공동으로 저출산 문제의 실태와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
골목에서 아이들 뛰노는 소리, 오전반과 오후반 수업,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
아이가 많았던 1970, 80년대 풍경이다. 통계청의 공식 자료 집계가 시작된 1970년 신생아는 100만6000여 명이었다. 건국 이후 신생아가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된 1971년생은 무려 102만 명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저출산 문제가 불거진 시점은 2002년이다. 2002년 처음으로 신생아 수가 50만 명 아래로 떨어져 49만 명을 기록했다. 이때부터 합계출산율이 ‘초저출산’이라고 평가하는 1.3 밑으로 떨어졌다. 이후 신생아 수는 50만 명을 넘어 본 적이 없다.
2013년 신생아 수는 45만 명.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20년 뒤인 2034년 신생아 수는 32만 명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아기 울음소리가 잦아든 20년 뒤 우리 사회의 대학입시, 대학 규모, 군대, 부동산 등의 상황은 디스토피아 그 자체다. 본 연구 내용은 경제, 국방, 부동산 전문가에게 검증을 받아 신뢰도를 높였다.
○ 2034년 대학 충원율 52%에 그칠 듯
저출산은 초등학교 풍경부터 바꿔놓았다. 2013년 278만 명이던 초등학생은 2034년에는 230만 명으로 줄어든다.
학생이 줄면 교직원도 줄여야 한다. 2011년 OECD의 평균 교사 수 대비 학생 수(15.39명)에 맞춘다면 전국 초등학교는 2034년에 교원 3만8000명을 줄여야 한다. 초등교원을 양성하는 전국 교대의 입학정원도 조정이 불가피하다. 최고의 신붓감으로 각광받는 초등교사의 인기가 한풀 꺾일 것이고, 학급당 학생 수도 줄어들 것이다.
대학입시의 판도도 바뀐다. 대학 진학률이 현재와 같은 70% 수준을 유지한다면, 대학 진학자 수는 2014년에 47만여 명에서 2034년 31만여 명으로 축소된다. 2014년에는 전국의 모든 대학이 평균 87%의 충원율을 기록했지만 2034년에는 52%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들이 입학정원의 절반만 채울 수 있다는 얘기다.
대학들은 문을 닫아야 한다. 2014년 현재 전국 대학은 모두 179곳. 대학들이 현재의 학교당 학생 수를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2034년에는 71곳이 폐교해야 한다. 전국 대학의 40%에 해당하는 수치다. 교직원 수 대비 학생 수를 현재 수준(약 8명)으로 유지한다면 2034년에는 사립대 교직원 5만5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지방대는 학생을 못 채워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광고 등 온갖 노력을 하고 있지만 학생 수가 절대적으로 줄면 이런 노력도 모두 물거품이 된다. 조영태 교수는 “대학은 문을 닫을 경우에도 투자금을 환수할 수 없고 공공 기부를 해야 한다”며 “이런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대학을 운영할 수도, 운영을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 빚어져 사회 전체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입시 구조의 변화는 사교육 시장의 축소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의 사교육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사교육 시장은 2013년 약 5조2000억 원, 학생 1인당 연간 사교육비는 약 273만 원이었다. 1인당 사교육비가 현재와 같다면 2034년에는 전체 사교육 시장이 3조400억 원으로 35%가량 축소될 것으로 예측됐다. 입시학원도 그만큼 문을 닫아야 한다는 뜻이다. ○ 20대 초반은 거의 군대에 가 있어야
저출산의 그늘은 국방에도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2022년은 저출산 문제가 시작된 2002년생들이 만 20세로 군대에 갈 시점이다. 이 즈음에 국방 인력의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방부가 발간한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따르면 군 병력은 2013년 63만3000명에서 10년 뒤인 2022년까지 52만 명으로까지 줄어든다. 안보 상황 등의 변화로 감축 계획이 실행되지 않는다면 2034년 20세의 47%가, 21세의 60%가 군대에 있어야 한다.
사병 수급 문제가 불거질 경우 여자도 군대를 가야 할 수 있다. 미국처럼 군 인력의 일부를 민간이 대체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청년 대부분이 군에 묶이면서 경제현장에서는 인력 부족 현상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성용 강남대 교양학부 교수는 “미국처럼 이민자를 적극 받는 대책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주택시장도 저출산의 한파를 피해가지 못할 것이다. 2010년 현재 서울 아파트의 규모별 평균 거주 인원은 소형(전용면적 60m² 이하)에는 2.1인, 중소형(60∼80m²)에는 3.3인, 중대형(85∼135m²)에는 3.9인, 대형(135m² 초과)은 6.9인이다. 규모별 거주 인원 경향과 현재의 아파트 공급량이 계속 이어진다면 2035년 모든 평형의 아파트가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아파트 값의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많은 사람이 고령화는 실감하지만 저출산은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저출산의 여파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사회 각 분야가 저출산 해소에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
▼ 日, 미혼 늘며 출산율 뚝… 초기대응 못해 초저출산國으로 ▼
“인구정책 최소 20년 지나야 효과… 미리 대비하는게 가장 중요”
우리보다 먼저 ‘초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맞으면서 인구정책에 실패한 일본의 사례는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일본의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는 1950년 415만5000명으로 당시 전체 인구의 5%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2년에는 3000만 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고령사회가 됐다.
일본 저출산 고령화 현상의 원인은 △의료 발달에 따른 사망률의 감소와 평균 수명의 연장 △산아 제한 정책 △늦은 결혼과 미혼의 증가 및 그에 따른 출생률 저하 등을 꼽을 수 있다.
일본 신생아 수는 1948년생이 268만 명으로 정점을 이룬 뒤 점차 감소해 2013년 102만 명에 그쳤다. 저출산 현상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 패착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일본의 평균 초혼연령은 1980년 25.2세에서 2012년 29.2로 네 살이 올라갔다. 35∼39세 미혼율은 1970년 남성 4.7%, 여성 5.8%에서 2013년에는 남성 35.6%, 여성 23.1%로 상승했다.
저출산 현상은 노동력의 부족, 경제 활력의 저하 등 사회문제를 양산했다. 사정이 어려워진 기업들은 종신고용제를 유지하기 위해 신입사원 채용을 꺼렸다. 이런 사정 때문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터’나 구직이나 진학을 아예 포기한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가 2012년 현재 모두 합쳐 240만 명에 이른다.
김한곤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본은 우리보다는 신속하게 저출산에 대비했는데도 초저출산 국가를 못 벗어나고 있다”며 “인구정책은 효과를 보는 데 20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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