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안전” 외치고도… 돌아서면 또 참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7일 03시 00분


[국가대혁신 ‘골든타임’ 2부]
담양 펜션 바비큐장 화재 4명 사망… 무허가 건물에 소화기도 없어 참변
“설마…” 일상서 안전수칙 안 지켜… 국민 안전의식 설문결과 평균 52점

펜션에 딸린 바비큐장은 무허가 시설이었다. 펜션도 전체 연면적이 1000m²에 미치지 못해 안전점검 대상이 아니었다.

58m²의 조그만 바비큐장 안에서는 대학 동아리 선후배 17명이 삼겹살을 구워먹고 있었다. 건물 벽면과 천장은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로, 지붕은 억새를 엮어 올려 지어져 있었다. 대피할 수 있는 출입문은 단 하나뿐, 바비큐장 안에는 소화기조차 없었다. 15일 불이 나 4명이 숨진 전남 담양군의 H펜션 화재사고 얘기다.

2월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10명 사망), 4월 세월호 참사(사망 295명, 실종 9명), 5월 전남 장성군 요양병원 화재(22명 사망), 10월 경기 성남시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16명 사망)….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희생돼야 이런 어처구니없는 참사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까. 이번 담양 펜션 화재에서도 당국의 방치, 사업주의 무책임 그리고 개인의 안전불감증이라는 참사의 ‘3대 요인’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고가 날 때마다 지적된 내용이지만 막상 후속 대책은 여전히 ‘땜질식’에 머물고 있다.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는 17일로 한 달을 맞지만 아직 제대로 된 안전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고 직후 전체 환풍구 점검에 나섰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안전성을 판단하는 계량적 기준 없이 점검하다 보니 “도대체 어느 정도가 안전한지 정확히 모르겠다”는 황당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개개인의 안전불감증도 여전하다. 14일 오전 8시 경기 부천시 지하철 1호선 역곡역 앞 횡단보도. 빨간 신호등 아래 출근길 직장인 30여 명이 서 있었다. 차량 행렬이 막바지에 이르고 신호등도 곧 파란불로 바뀌기 직전이었다. 그 순간 시민 한 명이 발걸음을 옮기며 무단횡단을 했다. 눈치만 보던 시민들도 뒤따라 무작정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다. 순간 ‘빵’ 하는 경적과 함께 택시 한 대가 횡단보도 앞에서 멈춰 섰다. 빨간 신호등은 그제야 파란불로 바뀌었다. 단 한 사람이 안전규칙을 어긴 것이었지만 “설마 사고가 나지는 않겠지” 하는 ‘안전불감증’이 몸에 밴 사람들까지 무심코 동참하면서 대형 교통사고가 날 뻔한 상황이었다.

동아일보와 사단법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 11∼14일 전국의 성인남녀 5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한국의 안전의식 점수를 묻는 질문에 “100점 만점에 51.7점(평균)”이라고 답했다. 낙제점을 준 이유는 “개인의 안전의식 문제와 함께 당국의 느슨한 단속 및 솜방망이 처벌이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정재희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안전 패러다임을 새로 정립하려면 개인의식을 바꿔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학교와 직장에서 안전교육이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황인찬 기자
#안전사고#담양 펜션 화재#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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