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치러진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와 생명과학Ⅱ 문항의 출제 오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수능 세계지리 출제 오류 사태로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혼란에 빠뜨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또다시 출제 오류를 범했을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가장 큰 논란은 영어 과목에서 불거졌다. 해당 문항은 영어 홀수형 25번으로 미국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 실태에 관한 도표 자료를 보고 틀린 보기를 찾는 것이었다. 평가원이 제시한 정답은 ‘2012년 e메일 주소 공개 비율은 2006년의 3배 정도’라고 설명한 4번 보기였다. 하지만 5번 보기도 내용이 틀렸다는 주장이 잇달아 제기됐다. 통계 중 ‘휴대전화번호 공개 증가율’ 그래프가 2006년은 2%, 2012년은 20%를 나타냈는데 5번 보기는 이 차이를 ‘18%P’가 아니라 ‘18%’라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수험생들은 “퍼센트(%)와 퍼센트포인트(%P)는 엄연히 다른데 이를 혼동해 출제했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한 현직 영어강사는 “퍼센트와 퍼센트포인트는 수학이나 물리 과목에서 정답과 오답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으로 자주 출제된다”며 “평가원이 이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다른 과목의 체계까지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생명과학Ⅱ 8번 문항에 대한 이의 제기는 218건으로 가장 많았다. 대장균이 젖당을 포도당으로 분해할 수 있는 효소의 생성 과정을 묻는 문항으로, 평가원이 제시한 정답은 4번 보기(ㄱ, ㄴ)였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ㄱ’은 정답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ㄱ’은 ‘젖당이 있을 때 대장균에서 중합효소가 결합한다’고 설명했지만 한 정부기관 연구원은 “실제 실험을 하다 보면 젖당이 없을 때도 결합이 일어난다”고 반박했다. 노정혜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도 “보기 ㄱ은 상황에 따라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 평가원 “24일 최종 정답 확정해 발표” ▼
입시 전문업체들이 가채점을 통한 정답률을 분석한 결과 8번 문항의 정답률은 10∼12%로, 생명과학Ⅱ 전체 문항 중 정답률이 가장 저조했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 평가이사는 “자연계열 수험생 중 생명과학Ⅱ 지원자는 3만3221명으로 대부분 서울대나 주요 대학 의대를 목표로 하는 상위권 학생들”이라며 “2008년 수능 물리Ⅱ 복수정답 인정 사례 등을 고려하면 이 문제도 복수정답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16일 오후까지 평가원의 수능 문제 및 정답 이의 게시판에는 총 660건의 이의 신청이 올라왔다. 영역별로는 과학탐구가 305건으로 가장 많았고 사회탐구(193건), 국어(92건), 영어(49건), 수학(13건), 제2외국어 및 한문(6건), 직업탐구(2건) 순이었다. 사회탐구 영역 중 생활과윤리 과목 7번 문항에 대한 이의 제기도 77건에 달했다.
평가원은 17일 오후 6시까지 이의 신청을 받은 뒤 24일 최종 정답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아직 이의 신청 접수가 다 끝나지 않아 입장을 말할 순 없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