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치러진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영어와 생명과학Ⅱ에서 출제 오류가 드러났다. 지난해 수능 세계지리의 출제 오류 파장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출제위원들의 워크숍을 강화하고 검토요원의 수도 증원해 세밀한 검토가 이뤄졌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터무니없는 오류가 나온 것은 평가원이 출제와 검증, 답안 확정까지 도맡는 수능 시스템에 중대한 구멍이 뚫렸다는 의미다.
복수정답 논란이 일고 있는 영어 홀수형 25번 문항은 미국 청소년의 휴대전화 이용 증가율을 설명하며 퍼센트포인트(%P)를 퍼센트(%)로 표기했다. %는 100을 기준으로 어떤 값을 표현하는 비율이고 %P는 그 비교 대상인 % 값의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로, 사회과목 교사들이 “실수하기 쉬운 문제”라고 강조하며 가르치는 개념이다. 영어 전공자인 교수 출제위원이나 교사 검토위원들이 이런 기초적 잘못을 걸러내지 못했다니 이들의 상식 수준을 의심하게 한다. 생명과학Ⅱ에서 대장균이 젖당을 포도당으로 분해할 수 있는 효소를 생성하는 과정을 묻는 8번은 전문가들도 정답이 엇갈리고 있다. 정답이 딱 떨어져야 하는 과학 과목에 의견이 엇갈리는 문제를 내는 것은 잘못이다.
박근혜 정부는 수험생 부담과 사교육 비용 줄이기를 목표로 ‘쉬운 수능’을 강조하고 있다. 출제위원과 검토위원들도 이런 교육부 출제 방침에만 신경을 쓰고 정작 중요한 문제의 정확성을 소홀히 한 게 아닌가 의문이다. ‘물수능’에 난이도 조절도 실패해 수험생들이 대학 지원에 혼란을 겪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평가원이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24일 최종 정답을 발표하는 것으로 이 사안을 끝낼 수는 없다. 책임자 문책은 물론이고 현재 평가원 단독체제로 진행하는 수능 출제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 검토가 필요하다. 출제위원과 검토위원 워크숍 강화 같은 단기 처방으로 수능의 신뢰도를 높일 단계는 지났다. 차제에 수능에 문제은행을 도입하거나 수능을 국가기초학력평가 또는 자격고사로 전환하고 대학의 선발 자율권을 확대하는 등 근본적인 입시 개선책을 모색해야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