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위대했다…네덜란드 어머니, 시리아 IS 잠입해 딸 구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0일 13시 47분


어머니는 위대했다. 딸을 구출하기 위해 혈혈단신으로 사지(死地)에 들어간 네덜란드 어머니의 모정(母情)이 지구촌 화제가 되고 있다.

19일 영국 텔레그래프 등 외신은 네덜란드 동남부 마스트리흐트에 사는 모니크라는 여성이 이슬람 국가(IS) 대원과 결혼하겠다며 집을 떠난 10대 딸을 시리아 IS 본거지에 들어가 구출해왔다고 전했다.

열아홉 살 아이차는 SNS에서 알게 된 네덜란드-터키 혼혈 IS 대원 오마르 일마즈와 결혼하겠다며 올해 2월 시리아로 무작정 떠났다. IS는 무고한 민간인들을 붙잡아 참수하는 일을 일삼는 잔인한 테러집단이지만, 사랑에 빠진 소녀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이차의 위험한 여행 계획을 사전에 탐지한 네덜란드 경찰이 그의 여권을 압수하고 어머니 모니크에게 경고까지 했다. 하지만, 철없는 십대 소녀는 남의 여권을 소지하고 출국해 버렸다.

지난달, 상심에 빠져 있던 모니크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딸의 메시지를 받았다. 앞뒤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모니크는 '위험해서 안된다'는 경찰의 만류에도 직접 IS 본거지인 시리아 라카로 가서 딸을 데려 오기로 결심했다. 경찰은 테러집단에게 몸값을 지급하면 범죄 행위로 간주해 처벌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했다.

모니크는 친지들에게 "가끔 해야 할 일은 꼭 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옳은 일"이라고 말하고 딸을 구하러 떠났다. 그는 부르카(전신을 가리는 이슬람 여성 복장)로 변장하고 터키 국경을 넘어 시리아 라카로 들어갔다. 그리고 페이스북으로 약속한 장소에서 딸과 재회했다.

모녀는 무사히 터키 국경에 도착했으나, 여권이 없었던 아이차가 거기서 체포되는 등 우여곡절도 있었다. 이후 모녀는 네덜란드 당국의 도움으로 19일 네덜란드 스히폴 공항에 도착했다. 아이차는 반국가 테러 활동과 관련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최현정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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