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다음 달 10일 세계인권선언의 날을 맞아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 동성애 차별 금지 조항이 들어간다고 해서 떠들썩하다. 논란을 떠나 이런 헌장은 왜 만드는 건지 궁금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인권변호사로 불려 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자신의 주특기인 토건 분야의 청계천 공사로 일어선 것처럼 박 시장이 인권을 트레이드마크 삼아 대선 도전의 자락을 까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유엔에는 세계인권선언이 있고 유럽에는 유럽인권협약이 있다. 모두 국가 단위를 넘어서는 것이다. 유엔 세계인권선언은 우리나라가 승인한 국제법으로 이미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고 있다. 각 지역이나 국가는 여기에 더해 좀 더 상세한 내용을 담은 인권선언을 할 수도 있겠다. 유럽 지역의 유럽인권협약이 그런 것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국가를 뛰어넘어 인권선언이니 뭐니 한다는 건 어딘지 제격이 아닌 것 같아 보인다.
▷박 시장은 군사독재 시절 정치적 피해자들의 인권 보장에 앞장섰다. 그는 민주화 이후에는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의 인권 보호에 관심을 기울였다. 동성애에 대해서는 아름다운재단 이사장 시절 ‘친구사이’와 같은 동성애 단체에 많은 지원을 했다. 그가 얼마 전 미국 방문 중 샌프란시스코 지역 신문인 ‘이그재미너’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아시아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첫 번째 나라가 됐으면 한다”고 말한 것도 그런 연장선에서 나온 발언이다.
▷박 시장은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인권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은 나라지만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해서만큼 많겠는가. ‘∼하는 만큼 ∼한다’는 말이 있다. 서울시민의 인권은 굳이 박 시장이 나서지 않아도 국가 전체와 보조를 맞춰 점진적인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박 시장이 동성애 등 서울시민의 새로운 인권에 관심을 갖는 만큼 북한 인권에도 관심을 보인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인권 활동에 동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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