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톡톡]수컷만 좋아하는 ‘게이 황소’ 도살 모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4일 03시 00분


性소수자-동물단체서 기금 모아… 英 동물보호소서 여생 보내게돼

수컷에만 관심을 가져 도살될 위기에 처했던 아일랜드의 ‘게이’ 씨수소가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했다.

‘벤지’(사진)라는 이름의 샤롤레종(근육이 발달한 프랑스 원산의 대형 육우) 황소는 당초 번식을 위한 씨수소로 선발됐다. 하지만 아무리 합방을 해도 암소가 새끼를 배지 않았다. 수의사가 면밀히 관찰한 결과 벤지는 수컷만 좋아하는 ‘동성애 황소’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농장 주인은 씨수소로 다른 황소를 들이고 벤지를 도살장으로 보내려 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영국 동물보호단체와 성소수자단체를 중심으로 벤지를 살리자는 기부운동이 벌어졌다.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을 만든 공동창작자 샘 사이먼 씨가 4000파운드를 낸 것을 비롯해 시민 250여 명이 기부에 동참해 최종 목표액 5000파운드(약 870만 원)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동물권리행동네트워크(ARAN)는 “벤지는 영국의 힐사이드 동물보호소에서 여생을 보내게 될 것”이라며 “벤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이먼 씨는 “모든 소가 고기로 팔릴 운명에 놓여 있지만 게이라는 이유로 도살당한다면 이중적인 비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식주의자인 그는 다리를 다친 경주마의 은퇴를 돕고 떠돌이 개들을 위한 재단을 만들기도 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게이 황소#도살#씨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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