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담뱃값 인상’ 野 ‘대기업 비과세 축소’ 실리 챙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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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쟁점 일괄타결]‘윈윈 빅딜’로 예산 시한내 처리 합의

대화정치 복원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실에서 여야 원내 지도부가 새해 예산안 처리를 법이 정한 시한 내에 하는 것을 포함한 국회 정상화 합의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김재원, 새정치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 새정치연합 우윤근,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새정치연합 백재현,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대화정치 복원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실에서 여야 원내 지도부가 새해 예산안 처리를 법이 정한 시한 내에 하는 것을 포함한 국회 정상화 합의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김재원, 새정치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 새정치연합 우윤근,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새정치연합 백재현,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여야가 28일 예산안 합의를 도출해냈다.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했던 것을 주고받은 결과다. 이미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지원) 예산은 사실상 합의가 된 상태에서 여야 막판 협상의 걸림돌은 ‘담뱃값 인상’ 협상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담뱃값을 갑당 2000원씩 인상하자는 새누리당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새누리당으로부터 대기업 비과세 감면 축소를 받아내는 선에서 합의점을 찾았다. ‘국회선진화법’ 적용 첫해에 타협의 선례를 남기게 됐다.

○ 대기업은 연간 5000억 원 혜택 축소

새누리당은 법인세의 비과세·감면 항목 중 대기업의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의 기본공제를 폐지하고, 대기업의 연구개발(R&D) 세액공제의 당기분 공제율을 인하하기로 했다. 연간 5000억 원 규모의 혜택이 축소된 셈이다.

새정치연합은 담뱃값 인상 협상에 돌입했지만 곧바로 난관에 봉착했다. 담뱃값 인상을 수용하면서 지방세인 소방안전세를 신설하자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국세인 개별소비세의 20%를 떼어내 지방에 교부하는 ‘소방안전교부세’를 신설하자고 역제안했다.

새정치연합은 여야 원내대표 협상을 1시간 반 앞둔 오후 3시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정청래 의원은 “담뱃값 2000원 인상과 소방안전교부세 신설을 맞바꾸는 것은 (예산 협상에서) 여당에 들러리를 서겠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원내 지도부는 “(예산) 날치기 통과를 보느니 합의를 통해 실익을 찾자”고 호소했고, 결국 추인을 받아냈다. 여당은 지방자치단체가 매년 지원받을 수 있는 규모를 2000억여 원으로, 야당은 4000억여 원으로 보고 있다.

○ “여야 모두 윈윈”

여야가 이날 예산안 처리를 합의함에 따라 모두 일정한 정치적 소득을 얻었다는 평가가 많다. ‘윈윈’ 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으로서 헌법이 정한 시한(12월 2일) 내 예산안을 처리하게 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새해 예산안 처리가 헌법 규정을 지키게 된 것은 2002년 이후 12년 만”이라고 말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국회가 원만하게 타협하는 이정표를 세운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담뱃값 인상 폭을 정부안대로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처음 법안 제출 때부터 ‘2000원 인상은 무리’라며 1000∼1500원대 결론이 예측됐던 것과는 상이한 결과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새정치연합은 ‘1500원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여당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한 야당 관계자는 “(여당이) 끝까지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정부는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면 연간 세수가 2조8000억 원 늘어날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누리과정 예산은 국고에서 일부 지원을 하지만 시도교육청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편성한다는 기본 원칙을 유지하게 된 것은 성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국고 지원분을 △특성화고교 장학금 △초등 돌봄학교 △방과후학교 지원 사업 등에 투입해 시도교육청의 재정난을 덜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감면 혜택을 축소한 것은 줄기차게 주장해 온 ‘법인세 인상’ ‘부자 감세(減稅) 철회’의 연장선이라며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대기업이 R&D 등에서 받던 면세 혜택을 없애 사실상의 법인세 인상 효과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새누리당이 법인세의 ‘ㅂ’자도 꺼내지 못하게 하는 상황에서 어려운 협상을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새정치연합은 개별소비세 일부를 소방안전목적교부세로 전환해 지방재정 증대 효과를 꾀했다는 점도 성과로 꼽았다. 당초 새누리당은 담뱃값 인상분의 약 30%에 해당하는 594원을 개별소비세에 부과하려 했지만 새정치연합은 개별소비세 부과분의 50% 이상을 소방안전세로 돌려 지자체 소방안전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최후 협상 끝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중 20%를 새로 도입하는 소방안전교부세에 돌렸다.

배혜림 beh@donga.com·고성호 기자
#예산안#담뱃값 인상#대기업 비과세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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