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비선(秘線)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 씨의 동향 문건이 언론사로 유출된 경위를 두고 전혀 다른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사건을 ‘정윤회 국정개입 게이트’로 규정하고 정치 쟁점화를 시도했다.
청와대는 이 문건을 작성한 박모 경정을 유출자로 지목하고 있다. 문건을 만든 사람이 아니고는 청와대 내부 문건을 외부로 빼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 경정은 현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근무하다가 2월 경찰로 복귀했다.
보고서 유출 경위를 놓고 한 언론이 박 경정이 경찰 복귀에 앞서 라면박스 2개 분량의 문건을 서울지방경찰청 정보분실로 무단 반출했고, 일부 정보 경찰들이 박 경정 몰래 이를 복사해 언론사로 유통시켰다고 보도했다.
박 경정은 ‘사실무근’이라며 발끈했다. 그는 30일 통화에서 “언론 보도는 완전 엉터리이며 압수수색을 해도 자신 있다”며 “경찰청 근무 당시 있던 짐을 서울청으로 옮겨놓은 것이지 청와대에서 가지고 나온 문건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올 4월 문건 유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박 경정 쪽에서는 문건을 도난당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누군가 공직기강비서관실 안으로 들어와 박 경정 서류를 무단 복사한 뒤 유출시켰다는 얘기다. 청와대 내부 ‘절도사건’이 사실이라면 권력 내부의 암투로 볼 수 있다.
새정치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은 정 씨와 ‘문고리 권력’ 3인방 등 ‘십상시’의 국정개입 농단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당 ‘비선 실세 국정농단 진상조사단’은 변호사 5명을 배치해 본격적인 진상조사 준비에 들어갔다.
청와대는 이날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보고서 유출 파문의 대응책을 숙의했다. 박 대통령이 1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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