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쏠림 심각… 판을 흔들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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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혁신 ‘골든타임’ 2부]<5> 성장동력 되살리자
(上) ‘일할 사람’ 없는 한국

낮은 출산율로 점점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드는 한국.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궁극적으로는 출산율을 높여 인구를 확보하는 것이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한 답이다. 그러나 출산율 제고의 효과는 당장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기존 인적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먼저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산업연구원은 한국무역협회의 용역을 받아 ‘중소기업 성장방안 모색을 위한 인력분야 정책과제’ 보고서를 펴냈다. 이 보고서는 고급 인력, 특히 연구 및 기술개발 인력의 대기업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의 연구개발(R&D) 분야 인력은 2012년 현재 40만2000명이다. 이 가운데 공공연구기관이나 대학이 아닌 일반 기업체에서 일하는 연구원 수는 27만6000명으로 전체의 68.7%다. 그런데 전체 기업체 연구 인력의 절반이 넘는 14만2000명(51.4%)이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 고급 인력의 ‘불균형 분배’ 심각

중소기업 R&D 인력은 7만 명(25.4%), 벤처기업 R&D 인력은 6만4000명(23.2%)에 불과하다. 특히 박사 학위 소지자가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비율은 4.2%에 머물렀다. 미국의 경우 박사 학위 소지자의 47.8%가 직원 수 500명 미만의 중소 기업체에 근무하고 있다.

R&D 인력을 ‘상근 상당 연구원 수’(R&D 활동에 100% 참여한 인원수)’로 환산한 결과 경제활동인구 1000명당 한국의 상근 상당 연구원 수는 12.4명이었다. 이는 일본(10.0명)이나 미국(9.1명)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R&D 인력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적절한 분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단순한 금전적 보상으로 고급 인력을 끌어들이려면 중소기업은 대기업을 이길 수 없다”며 “핵심 인력이 회사와 같이 발전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 정책도 필요하다. 산업연구원 조영삼 수석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R&D 인력의 경력 개발에 초점을 맞춰 정부가 지원한다면 중소기업과 R&D 인력이 함께 성장해갈 수 있다”며 “연구 인력의 역량 향상 실적을 평가 지표로 삼아 중소기업의 R&D를 지원하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여야

여성 인력의 효율적인 활용도 관건이다. 올해 6월 통계청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국내 고용률은 남성 71.8%, 여성 50.4%다. 선진국에 비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가 특히 저조한 편이다.

여성 인력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직장 여성의 보육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영아 보육시설이 많지 않은 가운데 민간 베이비 시터 고용 비용은 월 150만∼200만 원에 이른다. 야근 등 직장여성의 돌발 상황에 대응 가능한 보육 프로그램도 거의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고학력 엄마’일수록 자녀의 연령대가 올라가더라도 경제 활동에 복귀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졸 이하 또는 고졸 여성의 경우 자녀가 유치원생일 때 직장에 다니는 비율은 20.1%, 29.7%에 그치다가도 자녀의 연령대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가면 그 비율이 40∼50% 수준으로 급상승한다.

하지만 대학교 이상의 학업 과정을 마친 여성들은 자녀의 연령대에 관계없이 고용률이 30% 이하를 맴돌았다. 학력이 높을수록 자녀에 대한 교육열이 더 높아 자신의 커리어보다는 아이의 교육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분석이 있다. 국내 여성 취업지원정책이 취약한 계층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상대적으로 고학력 여성들의 경력 단절 문제를 소홀히 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 고령화 문제, 역으로 활용도 가능

세계에서 가장 빠른 한국의 고령화 문제를 역으로 활용하는 것도 인력 재분배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제안도 나온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정년 연장 외에도 노인 인력을 잘 활용하는 해외 선례를 찾아 양질의 노인 일자리 확대에 활용해야 한다”며 “한국은 노인 활용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다급한 실정이지만 아직까지 이와 관련한 좋은 사례 발굴은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고용에 관한 연령차별금지법이 제정돼 있어 연령에 따른 고용차별이 없다. 이에 더해 기업 이미지를 고려한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노인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미국 주 정부와 계약을 맺고 55세 이상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기술교육을 실시해 파트타임 근무자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 전역의 모텔체인업체인 ‘데이즈 인’은 1986년부터 통신센터에 고령 근로자를 고용함으로써 기존 청년 전화접수 업무 담당자들의 잦은 이직 문제를 해결했다.

일본도 재고용 문화가 활발하다. 일본의 농업협동조합은 아침 잠 없는 노인들을 오전 4시부터 해뜨기 전까지 작업에 투입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건설기계 부품제조업체인 고지마제작소 역시 노인들이 일하기 좋은 근로환경을 마련해 전체 직원의 20%가량을 정년을 넘긴 60세 이상 직원들로 구성하고 있다.

주성원 swon@donga.com·임우선 기자
#대기업#성장동력#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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