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파문]
보고서에 구체적 탐문-인터뷰 담겨… 동향 사찰당한 정황 파악한듯
검찰 서면 조사서 받은 朴회장, 법정싸움 부담… 답변 제출 않을듯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56)은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 씨(59)가 누군가를 시켜 자신을 미행한 사실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정 씨와 박 회장의 측근인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이 ‘정 씨 동향 문건’을 놓고 서로를 비난하는 ‘막장’ 난타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박 회장이 관련 사건에 대해 입을 열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박지만, 미행당한 것 확신”
올해 3월 ‘정 씨가 박 회장을 미행했고 민정수석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조사를 했다’는 내용의 시사저널 보도 이후, 정 씨는 박 회장과 조사를 담당했다는 박모 경정(당시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을 만나 보도 내용이 사실인지, 보도된 경위가 무엇인지 파악했다. 정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보도에 나오는 ‘미행자의 자술서’를 보여 달라고 박 회장에게 요청했는데 이틀 후에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정당국 관계자와 박 회장의 측근 등에 따르면, 박 회장은 자술서뿐 아니라 박 경정이 작성한 미행 관련 조사보고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보고서에는 기존에 공개된 정 씨 관련 ‘동향 보고’ 이상으로 구체적인 탐문과 인터뷰 내용 등이 담겼다고 한다. 박 회장은 이 보고서를 비롯한 다양한 증거들을 검토한 결과 “정 씨가 나를 미행했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행 관련 보고서에 대해 정 씨는 “그것 때문에 (일련의 사건이) 시작된 것 아니겠느냐. 그래서 내가 박 경정과 조 전 비서관을 만나려고 했던 것”이라면서도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 전 비서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박 회장이 자신을 미행하는 사람을 잡아서 자술서를 쓰게 했다는 기사 내용은 말이 안 된다”며 “아마 당시 박 회장이 정 씨 쪽 사람이라고 자처하는 누군가로부터 미행을 조심하라는 얘기를 들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 박지만, 검찰에 답변서 제출 않기로
정 씨는 시사저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하지만 검찰의 서면조사서를 받은 박 회장은 답변서 제출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답변서를 꼼꼼히 작성하고 보고서 내용까지 첨부한다면 정 씨와 전면전이 벌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검찰이 “보도 내용은 근거가 없다”며 기자들을 기소할 것으로 예상돼 박 회장도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이 사건이 재판에 넘어가면 박 회장은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데, 대통령 동생이 법정에 들락거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박 회장 측은 정 씨에게 이 사건 자체를 철회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정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한 달 전쯤에 박 회장이 비서를 보내 ‘미행 사건 관련 고소를 취소해 달라’고 연락이 왔다”면서 “그렇지만 ‘나는 취소할 수가 없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 측 관계자는 “박 회장이 고심하다 답변서를 내지 않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3일 서울 강남구의 EG 서울사무소에 출근하는 모습이 포착됐지만 취재팀의 질문을 피했다. 박 회장의 확신이 사실인지, 아니면 오해인지 ‘미행 의혹’ 역시 여전히 베일에 가린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박 회장이 직접 입을 열어야만 정 씨를 둘러싼 사건의 실체가 좀 더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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