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과 신군부는 마초 취향의 갱 영화를 꽤나 본 듯하다. 빠삐용이 갇혀 있던 악마의 섬이나 알 카포네를 수감한 앨커트래즈 섬과 같은 교도소를 만들 구상을 했다. 강력범들을 격리시켜 탈출은 절대 꿈도 못 꿀 섬을 물색했지만 마땅치 않았다. 죄수들이야 어쩔 수 없다 쳐도 교도관들이 무슨 죄라서 외딴섬에서 가족들과 함께 유배생활을 하려 할까. 결국 포기하고 육지에서 오지를 찾았다. 그렇게 선택한 곳이 경북 청송 산골이다.
▷‘여기 들어가는 이들은 모든 희망을 버리라.’ 단테가 신곡에서 묘사한 지옥문 앞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지? 청송 교도소 수감자들은 다른 건 몰라도 탈옥의 헛된 꿈만은 일찌감치 단념해야 했다. 삼면을 가파른 절벽이 가로막고 있고 유일한 진입로엔 삼엄한 경비가 겹겹이 쳐져 있으니. 제아무리 암흑가에서 펄펄 날았어도 여기선 ‘차카게 살자’ 다짐하며 지내는 게 낫다. 1981년 보호감호소로 출발한 이후 지금껏 탈주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 수감자들에게 ‘빠삐용 교도소’나 다름없다.
▷청송군 진보면에는 현재 경북 북부 제1, 2, 3교도소 등 교정시설이 4곳 있다. 이 중 2교도소에는 엄중한 감시가 필요한 죄수들이, 다른 곳엔 일반범들이 수감돼 있다. 청송 하면 ‘교정 타운’으로 이름이 높은데도 주민이 여자교도소 등을 추가로 유치하겠다고 나섰다. 지역구 의원인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선진국에선 교도소를 혐오시설이 아닌 무공해산업으로, 지역에 전혀 피해를 끼치지 않고 주민의 소득을 높여주는 소득원으로 평가하는 곳이 제법 있다”고 말했다.
▷청송 교도소는 무탈하게 지역사회에 동화됐다. 교도소 직원과 가족들이 현지에 다수 거주하면서 부동산 학교 금융기관 등이 활성화됐고 면회객들이 뿌리는 돈도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됐다. 낙동강 상수원이라 개발이 어려운 곳이어서 청송에 다른 기업시설은 오기 어렵다. 기피시설을 지으려 하면 지역에서 반대하기 일쑤인 세태에 청송 주민이 보여준 발상의 전환이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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