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7일 새누리당 지도부 청와대 오찬에서 “오래전에 곁을 떠나 연락도 끊긴 사람과 청와대에 얼씬도 못하는 사람이 갈등을 빚고, 국정전횡을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권력 암투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이번 파문은 ‘정윤회-박지만 라인’의 암투 양상을 띠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과거 정권에서도 대통령 친인척이나 실세그룹이 인사 주도권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원로들과 전문가들은 “결국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대처 방식”이라며 박 대통령의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 역대 정권서도 권력암투
이명박 정부에선 ‘만사형통(萬事兄通)’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에게 힘이 실렸다. 이 전 의원과 그의 측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라인은 정두언 의원 그룹과 충돌했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이 불거진 뒤 정 의원도 사찰 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측의 갈등은 폭발했다. 사찰 배후로 박 전 차관과 가까운 ‘영포 라인’이라는 비선 조직이 거론되면서 양측은 완전히 갈라섰다.
노무현 정부 초기에는 청와대 ‘386’ 참모들과 여당 실세들의 암투가 치열했다. 집권 첫해인 2003년 10월 대통령 지지도가 추락하고 국정이 혼란해지자 창업공신이었던 천정배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공개적으로 386 핵심인 이광재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향해 “정보와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며 경질을 요구했다. 이 실장은 사표를 냈고 노 전 대통령은 수리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새정치민주연합 핵심 인사는 “실체와 관계없이 노 전 대통령은 민심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을 중시해 이 전 실장을 정리했다”며 “박 대통령이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을 어떻게 할지를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 초기에도 신(新)주류와 동교동계 중심의 구(舊)주류가 청와대 요직을 놓고 세력다툼을 벌였다. 정무수석 인사가 단적인 사례였다. 김 전 대통령은 신주류 측 이강래 전 의원을 기용하려 했지만 구주류는 격렬하게 반발했다. 구주류 측은 발표 하루 전날까지도 김 전 대통령을 집요하게 설득했고 결국 정무수석에는 이 전 의원 대신 문희상 현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 기용됐다. 김영삼 정부 때는 차남 현철 씨가 ‘소통령’으로 불리며 국정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오랜 가신 그룹인 민주계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 “불투명한 인사 스타일이 비선 논란 야기”
원로들과 전문가들은 이번 파문은 결국 박 대통령이 수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통령의 투명하지 못한 인사 스타일이 논란을 만들고, 의혹을 뿌리치기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나 소위 문고리 3인방도 진실로 박 대통령을 위한다면 스스로 사퇴하는 인간적 의리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 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김효재 전 의원은 “인사뿐만 아니라 어떤 일이든 그 결정이 투명하지 않다 보니 어디서 누가 무엇을 하는지 아무도 모르지 않느냐”며 “그러니 비선 얘기가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2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대선 때도 박 대통령은 인혁당 판결, 정수장학회 문제를 공식라인과 의논하지 않고 결정해버려 그 뒤에 비선라인이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대통령에게 측근이 없을 리 있겠나”라며 “정말 그 사람이 적정한 인사인지를 객관적 자료를 갖고 국민을 설득해야 의혹을 뿌리 뽑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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