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세원정보과는 기업과 자산가들의 탈세 정보를 수집하는 곳이다. 정보맨들과 ‘형님 동생’ 할 수 있는 끈끈한 네트워크를 맺어야 정보가 몰린다. 청와대 총리실 검찰 경찰 감사원 금융감독원 등 사정당국 사람들과 접촉해 정보를 캐낸다. 전국에 네트워크가 촘촘하게 깔려 있는 일선 경찰 정보까지 모이는 정보의 집합소라니 세금 칼자루를 쥔 국세청의 파워가 절로 느껴진다.
▷세무정보 수집에 그치지 않고 신문에 안 나오는 따끈따끈한 정보를 국세청장에게 보고하는 것이 과외 업무다. 청장 성향에 따라 본업인 탈세 정보보다 권력기관 동향 수집에 촉각을 곤두세워 본말이 전도(顚倒)되는 경우도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찌라시’라고 단정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정윤회 문건’의 정보가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에게서 나왔다. 박 전 청장은 노무현 정부 후반기인 2006년부터 2년가량 국세청 세원정보과장을 지낸 마당발이다.
▷문건을 작성한 박관천 경정은 박 전 청장과 같은 TK(대구경북) 출신에 동국대 선후배 관계다. 김영삼 정부의 사직동팀에서 같이 일하면서 친분을 쌓은 막역한 관계다. 박 전 청장은 국세청의 내로라하는 정보통(通)으로 정보맨들 사이에 ‘음지(陰地)의 찌라시 공장장’으로 불렸다 한다. 비(非)고시 출신으로 7급으로 출발해 고위공무원인 대전지방국세청장까지 올라갔으니 국세청에서 업무 능력은 인정받은 모양이다.
▷어제 검찰이 들이닥친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건물엔 서울지방경찰청 정보2분실이 입주해 있다. 한화가 문건 유출에 연루되면서 재계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대기업 총수가 구속된 회사일수록 권부의 동향 같은 고급 정보에 목말라하는 법이다. 김승연 회장이 업무에 복귀하자마자 압수수색을 당했으니 망신살이다. 어떻게 정보계의 베테랑과 한번 물면 놓지 않는 사냥개 근성의 지능수사 전문가가 대통령을 격노케 한 ‘찌라시’를 제작한 장본인이 됐는지 궁금하다. 관제 찌라시는 ‘60%’ 들어맞는 것도 있지만 때로는 엉터리로 밝혀져 큰 물의를 빚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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