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자동차정비업체에서 일하는 이모 씨(60) 등 검사원 4명은 지난해 7월부터 7개월에 걸쳐 불법 개조한 화물차 152대를 자동차 정기검사에서 합격 처리했다. 이 씨 등은 적재함을 멋대로 높이는 등 위법사항이 뚜렷한 화물차들의 검사 결과를 조작해주고 검사 수수료를 챙겼다. 불법 개조 차량들이 정기검사에서 합격 처리 받은 점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이 씨 등 관계자 9명을 적발해 지난달 말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민간정비업체들의 이 같은 부실 자동차 검사가 도로 위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올해(11월 기준) 공단과 민간정비업체의 자동차 정기검사 부적합률은 각각 19.4%, 12.1%로 큰 차이를 보였다. 공단 측은 고객을 유치하려는 민간업체 간의 경쟁이 부실한 검사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와 교통안전공단이 올해 초 정기검사 부적합률이 낮은 민간정비업체 329곳을 점검한 결과 부실검사 및 검사기기 불량 등 위법행위 345건이 적발됐다. 점검 이후 점검업체 329곳의 정기검사 부적합률은 지난해 평균 3.8%에서 올해 11월 기준 8.2%로 높아졌다.
부실한 자동차 정기검사는 교통사고 위험성을 높이고 대기 환경 악화를 초래할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승객 다수의 안전을 책임지는 버스의 부적합률(2013년 기준)은 공단에서 할 때 16.8%이지만 민간업체에서는 5분의 1 수준인 2.9%에 그치고 있다. 자체 검사를 실시하는 대형 운수회사의 지난해 정기검사 부적합률은 이보다도 낮은 0.45%에 그쳐 형식적인 수준이다.
안전보다 눈앞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운전자들의 태도도 문제다. 정기검사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바로 생업에 지장이 생기는 사업용 자동차 운전자들은 제대로 검사를 해주는 업체보다 적합 판정을 잘해주는 업체를 선호하는 게 현실이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운전자들의 불만이 많아 일부 업체는 정기검사 전에 먼저 수리를 한 뒤 검사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정기검사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도록 민간자동차정비업체와 검사원 관리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처럼 검사원이 민간업체에 소속돼 일하는 시스템에서는 독립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검사원 자격이나 보수를 정부에서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검사 제도를 시행 중인 세계 92개 국가 중 우리나라처럼 개인사업주가 검사원을 고용하는 형태는 드물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검사원은 협회에 소속돼 독립된 신분을 보장받고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게 된다. 전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검사원이 기준대로 검사를 해도 (합격을 요구하는 운전자나 사업주 때문에) 손해를 입지 않는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업용 자동차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검사 창구를 일원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영한 한국기술교육대 메카트로닉스공학부 교수는 “국민의 생명 및 안전과 직결되는 버스·화물차 등 사업용 차량에 한해서라도 자동차 검사 주체를 정부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영국·호주·일본에서는 정부가 버스·화물차 등 사업용 대형 자동차 검사를 전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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