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라고 사교육 폐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는 ‘미니밴 맘’이 있다. 미니밴 맘은 자녀가 어릴 때부터 커리어를 관리하고 성적, 봉사활동, 각종 과외 스펙을 만들어주는 일종의 ‘미국판 강남 엄마’들이다.
반면 유럽은 사교육 폐해가 적은 편이다. 유럽 주요 국가들은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직업교육을 충실하게 받을 수 있도록 사회시스템을 만들었다. 즉, 명문대에 목숨을 걸지 않아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뜻이다. 대학에 가지 않으면 ‘사회적 실패자’처럼 여겨지는 한국이나 미국과는 다르다.
교육 선진국으로 알려진 덴마크는 고등학교 입학 전에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진로탐색 시간(애프터 스쿨)을 갖는다. 한창 선행학습에 몰두하고 있는 한국 학생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다. 스웨덴의 고교는 인문계와 직업계의 구분 없이 18개 프로그램 중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학생들을 ‘대학 갈 아이’와 ‘취업 할 아이’로 양분하는 게 아니라 두 영역이 섞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유럽의 이러한 고교 시스템은 자연스레 대입 경쟁을 약화시키는 효과와 사교육에 대한 필요성 자체를 줄이는 효과를 낳았다. 대학을 가지 않고 직업교육을 받아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충분히 제 몫을 다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 덕분이다.
우리도 과거 실업계 고교를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로 바꿔 직업교육을 강화시키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아직 ‘인문계 고교-명문 대학’을 중요시하는 학부모들의 인식은 바뀌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교육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교육이 아니라 공교육을 손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육개발원 김순남 연구원은 “학교 교육과정에서 창의성 신장 교육을 강화하고, 교원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방과후 학교와 돌봄 기능을 강화하고, 우수 강사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수능을 쉽게 내 사교육을 잡으려는 시도는 성공하기 어렵다”며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구조개혁이 이뤄져야 사교육을 자연스럽게 근절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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