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혁신 ‘골든타임’ 2부]<7>흔들리는 교육 바로 세우자
(上) 사교육 악순환 끊으려면
사교육이 공교육을 넘어 기승을 부리는 데는 대학입시 제도의 잦은 변경도 한몫하고 있다. 정부가 이념에 따라, 여론에 따라, 그리고 사교육을 줄인다는 목표로 입시에 수시로 손대면서 대입 사교육 시장은 점점 크고 복잡해졌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대입 간소화 정책’을 통해 각 대학이 전형 수를 줄이고 전형요소를 단순화하도록 했지만 여전히 지원전략 짜기는 미로와 같다.
입시 제도가 바뀔 때마다 일반계 고교에서는 교사와 학생이 입시 시스템을 따라갈 수 없다는 불만을 쏟아낸다. 아무리 좋은 입시 정책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변화의 속도가 더딘 공교육 시스템에서는 바로 적응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입시 개선안이 새로 나올 때마다 사교육 의존도가 더 높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져 왔다. 현장에서는 “최악의 입시라도 안 바꾸는 게 최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 격변의 대입 제도
우리나라 대학입시 제도는 ‘격변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책 결정권자의 가치관, 각 정부가 중요시하는 가치, 그때 그때의 여론에 따라 입시 정책이 바뀌었다. 반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들 몫이었다. 특히 정권이 바뀌면 예외 없이 대입 정책을 대대적으로 바꾸었다.
광복 직후에는 모집단위 및 정원까지 전적으로 대학이 결정했다. 시험도 대학 자율로 치렀다. 하지만 부정입학이 성행하자 1969학년도부터 정부는 대학입학 예비고사제를 도입해 대학 입시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예비고사는 암기식이라는 비판을 받고, 병행된 본고사는 과외를 조장한다는 불만이 커지자 제5공화국은 대입학력고사를 도입했다.
김영삼 정부는 1994학년도부터 고교 과정의 수준에서 수험생의 종합적 사고력을 측정한다는 취지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도입했다. 도입 22년째인 수능은 평균 1.7년에 한 번꼴로 시스템이 바뀌었다. 이명박 정부는 A, B형 수능과 입학사정관전형을, 현 정부는 쉬운 수능과 한국사 필수화를 대표적인 대입 정책으로 밀면서 해마다 입시 개선안을 내놓았다.
이처럼 입시 제도가 자주 바뀐 원인은 ‘반작용’에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지난 정권이 만든 입시정책에 조금이라도 불만 여론이 있으면 곧바로 새로운 정책을 꺼내 드는 관행이 입시 제도를 불안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대입 제도가 너무 자주 바뀌는 데 대한 피로감이 늘면서 지난 정권의 교육정책을 쉽게 뒤집는 관행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교육개발원 김순남 연구원은 “입시 제도를 정치인과 공무원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원과 학자까지 참여하는 별도의 독립기구를 만들어 맡겨야 입시 정책이 지속성 있게 추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예측 불가능한 입시 구조가 사교육 키워
입시 제도가 바뀔 때마다 발 빠르게 적응한 것은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이었다. 논술, 적성고사, 영어능력시험, 입학사정관제 등 새로운 대입 정책에 나올 때마다 공교육이 당황하는 사이에 사교육은 이미 강사, 교재, 프로그램에 이르는 모든 것을 갖추고 학부모들을 끌어들였다.
최근 한계점에 봉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수능의 경우 난이도가 들쑥날쑥하다는 점이 사교육을 끊이지 않게 만들었다. 20년을 넘긴 시험에서 여전히 사교육이 성행하는 이유는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가 난이도 시비가 불거질 때마다 한 해는 쉽게 내고 한 해는 어렵게 내는 식의 땜질 처방으로 일관해 ‘물수능’ ‘불수능’ 논란을 증폭시킨 탓이다.
일관성 없는 대입 제도만큼이나 수험생, 학부모, 교사는 종잡을 수 없는 수능 난이도 때문에 혼란을 겪었다. 인터넷 수능 강의업체의 대표는 “업계에서는 정부가 대입 제도를 흔들지만 않으면 사교육이 저절로 죽을 것이라는 말이 정설”이라며 “정부가 매년 수능 난이도를 달리하고 선택과목과 수도 수시로 바꾸고 A, B형을 도입했다가 1년 만에 폐지하는 바람에 사교육이 먹고사는 셈”이라고 말했다.
대체로 역대 정부는 시험 난도를 높이는 데 부담감을 느끼고 대체로 난도를 낮추려는 시도를 많이 했다. 난도가 높아지면 과외 등 사교육이 성행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난도가 낮아져 수험생 변별력이 떨어지면 대학들이 논술고사 등 대학별 고사를 강화하기 때문에 사교육이 다른 방향으로 옮겨간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물수능이었던 2012학년도 수능 이후 대학별 논술시험의 비중이 높아져 논술학원이 성행한 것이 그 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정부가 입시를 자꾸 바꾸면서 점점 학생이 스스로 준비할 수 없는 입시 시스템이 공고해졌다”면서 “교사와 학생이 감당할 수 있도록 최소한 3년 이상 끌고 가는 안정적인 대입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정부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