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회유 진실’ 열쇠 쥔 韓경위… 사람 접촉 피하며 병원 치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6일 03시 00분


[靑문건 유출 파문/청와대 회유 의혹 전말]
崔경위 빈소엔 경찰 조문 행렬… 동료들 “檢이 꼬리자르기식 수사
우리는 정보장사꾼이 아니다”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목숨을 끊은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최경락 경위(45)의 유서가 14일 공개되면서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동료 한모 경위(44)에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유서에 암시된 ‘청와대 회유’ 의혹의 진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유족이 공개한 유서에서 최 경위는 한 경위에게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라고 적었다.

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한 경위는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돼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난 한 경위는 심한 우울감과 불면증으로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이튿날 병원에서 최 경위의 죽음을 가족으로부터 전해 듣고 큰 충격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휴대전화로 언론 보도를 수시로 확인하면서 이날 밤 잠을 거의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한 경위는 14일 오전 잠시 퇴원했다가 오후에 다시 입원했다. 그러나 극도로 예민한 상태에서 지인들과 이야기할 때도 귓속말로 하는 등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다가 이날 오후 늦게 다시 퇴원했다. 퇴원 후 행적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최 경위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강동구 명일동성당에는 15일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고위 간부들과 동료 직원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정보분실 동료들은 “검찰이 문건의 진위와 별개로 문건 유출 여부에 수사의 초점을 맞춰 몸통은 두고 꼬리만 자르려 하고 있다”면서 검찰의 ‘꼬리 자르기 식 수사’를 비판했다. 최 경위와 각별한 사이였다는 한 직원은 “최 경위는 절대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사람이 아니다. 그런 사람이 목숨을 끊었다면 분명히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최 경위가 그동안 검찰의 짜 맞추기 식 수사에 매우 고통스러워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유가족들에 따르면 청와대에서 여러 번 최 경위와 한 경위를 접촉해 없는 사실을 자백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최 경위의 가족과 동료들은 문건 유출 혐의에 대해서도 “억울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빈소를 찾은 정보1분실의 한 직원은 “(우리를) ‘정보 장사꾼’이라고 부르지 말아 달라”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최 경위의 매형 한모 씨는 “진짜 억울하다. 우리 처남은 문건을 유출하지 않았다. 진실이 꼭 밝혀져야 한다”고 장례식장 앞에서 취재진을 향해 소리쳤다.

빈소를 지키는 최 경위의 부인과 형 등 유가족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조문객들을 맞았다. 최 경위의 형 최요한 씨(56)는 “동생 사진만 보면 눈물이 나서 견딜 수가 없다”며 “어제부터 80대 노모가 빈소에서 오열하다 자꾸 정신을 잃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박성진 psjin@donga.com·조동주 기자
#청와대#문건#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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