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박모 씨(37)는 사귀던 여자친구에게 내년 결혼을 약속했다. 두 사람 결혼의 장애물은 오직 한 가지, 돈이 없다는 것이었다. 베어링 부품공장에서 일하다 그만둔 이후 생활비도 모자랐던 박 씨는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서울 강북구와 도봉구 일대 빌라, 다세대 주택을 돌면서 빈집을 털고 있었다. 결혼을 결심하자 마음이 급해진 박 씨는 지난 5월부터 본격적으로 도둑질에 나섰다.
박 씨는 빈집털이에 ‘셀카봉’을 적극 활용했다. 다세대 주택 바깥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가 셀카봉을 늘린 뒤 팔이 안 닿는 창문을 흔들어 열었다. 창문이 잠긴 방은 셀카봉 끝에 테이프로 감은 쇳조각을 달아 창문을 깨고 안쪽 문고리를 돌려 열었다. 박 씨가 총 52차례에 걸쳐 훔친 돈과 물건은 2억 5000여만 원 상당. 박 씨는 노원구와 도봉구 일대 아파트 부녀회에서 여는 일일시장에 물건을 내다팔아 돈을 마련했다. 박 씨는 9일 또다시 범행장소를 물색하다가 잠복중이던 서울 강북경찰서 소속 형사들에게 붙잡혀 구속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