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Best of Best]<4> 스낵부문 ‘해태제과 허니버터칩’
달콤 짭짤한 한국적 단맛으로 승부… 출시 4개월만에 1000만봉지 팔아
시장 판도 바꾸며 ‘국민 스낵’ 반열에
‘현실에 존재하는 제품 맞습니까.’ ‘도대체 어디를 가야 찾을 수 있나요.”
인터넷 카페 등에서 감자스낵 ‘허니버터칩’을 두고 하는 말들이다. 매장에 갖다놓기 무섭게 죄다 팔려버리는 바람에 어지간해서는 구할 수 없다 보니 나오는 푸념들이다.
실제 올 하반기 국내에는 허니버터칩 열풍이 불면서 제과시장을 평정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8월 1일 첫선을 보인 뒤 지난달 말까지 4개월간 136억 원어치(약 1000만 봉지)가 팔려나갔다. 인터넷에서는 1500원짜리 한 봉지가 최고 1만 원에 팔릴 정도. 해태제과 관계자는 “공장을 24시간 가동하고 있지만 수요를 따라잡기 버거운 상황”이라며 “9월 말부터 풀가동에 들어갔는데 월 60억 원어치밖에 생산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해태제과가 연간 시장규모가 2000억 원인 감자스낵 시장에 출사표를 낸 것은 2010년. 매년 7∼8% 증가하는 이 시장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1994년 무설탕 껌 ‘덴티큐’를 출시한 뒤로 20년 가까이 이렇다 할 히트상품이 없다 보니 이에 대한 갈증도 컸다. 결국 신정훈 사장은 2012년 말 “시장에 없는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자”며 신제품 개발 태스크포스(TF) 결성을 지시했다. 그 이듬해 5월 해태는 신제품의 방향을 단맛으로 잡았다. 전 세계의 감자스낵 200여 종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였다.
한국적인 단맛이어야 한다는 판단에 단맛과 짭짤한 맛, 고소한 맛을 한데 녹여내기로 가닥을 잡은 것도 이때다. 단맛과 고소한 맛을 내는 재료로 각각 꿀과 버터를 선택한 개발진은 29번의 실험 끝에 황금비율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5월부터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시제품을 돌려 반응을 파악했지만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동안의 감자스낵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반전은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일어났다. 전국 남녀 1000명이 시식한 결과 92%가 호평을 보였다. 신 사장은 TF 팀원들에게 “여러분과 나의 판단을 믿어보자”며 출시를 결정했다.
제품명인 허니버터칩 역시 신 사장이 직접 제안했다. 당시 후보로는 ‘버터 위에 꿀 감자’ ‘버터풀칩’ ‘버칩스’ 등이 있었다. 해태제과 측은 “7월 초 제품명 후보들이 적힌 파일을 들고 이탈리아 출장길에 오른 신 사장이 현지 공항에 내리자마자 한국으로 전화를 걸었다”며 “후보작 중 후순위였던 허니버터칩이 이때 제품명으로 결정됐다”고 전했다.
시장에 나온 허니버터칩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타고 삽시간에 소문이 퍼져나갔다. 유명 연예인들이 자신의 SNS에 호평을 올린 것도 결정적이었다. 마케팅 계획을 꺼내기도 전이어서 회사 측도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다고 한다.
제과업계 관계자들은 “2000년대 들어 이처럼 화제를 몰고 온 과자는 처음인 것 같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해태제과 측은 이 제품으로만 내년 매출 7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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