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송두리째 무너져… 진보정치의 꿈은 계속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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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해산]
‘뚫린 방패’ 이정희의 눈물… 김선수 변호사 “역사 거꾸로 돌려”

“민주주의가 송두리째 무너졌습니다. 박근혜 정권이 대한민국을 독재국가로 전락시켰습니다.”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45)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통진당 해산 결정에 대비해 미리 작성해 온 서면을 쥔 손은 부들부들 떨렸다. 검은색 코트에 노란 리본을 달고 보라색 머플러를 목에 두른 이 대표의 표정은 창백했다.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오늘 저는 패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진보정치의 15년 결실을 독재정권에 빼앗겼다”며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하는 마지막 임무를 다하지 못한 저에게 책임을 물어 달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헌재 결정에 대해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산물인 헌재가 스스로 전체주의의 빗장을 열었다. 암흑의 시간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며 헌재를 비난했다. 또 “종북몰이로 지탱해 온 낡은 분단체제는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권은 진보당을 해산시켰고 우리의 손발을 묶었지만 마음속에 키워 온 진보정치의 꿈까지 해산시킬 수는 없다”고 역설했다.

통진당의 법률대리인인 김선수 변호사(53·사법연수원 17기)는 “통진당 해산 결정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사망선고이자 헌재 자신의 사망선고”라며 참담한 심경을 드러냈다. 김 변호사는 “헌재는 1년간의 재판 결과, 통진당의 구체적이고 급박한 위험성을 밝히지 못했음에도 정부의 종북 공세와 여론몰이에 편승해 해산을 결정했다”며 “(헌재가) 과연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심판했는지 양심에 의해 심판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대리인단 26명을 이끌며 통진당 해산 청구의 ‘방패’ 역할을 해온 김 변호사는 “헌정사상 최초로 1년 넘게 활동한 대리인단 역시 후세에 되갚을 수 없는 치욕의 역사를 기록하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기각 결정을 내려 준 김이수 재판관께 존경의 인사를 보낸다”며 예를 표했다. 김 변호사는 “헌재는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렸지만 대리인단은 다시 헌법정신이 회복될 날이 올 것으로 믿으며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힘을 모을 것이라고 다짐한다”고 말한 뒤 헌재를 떠났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민주주의#이정희#통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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