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형 모기지’는 집을 팔 때 생기는 매각 차익이나 손실을 집주인과 금융회사가 나누는 연리 1%대 대출상품이다. 지난해 8월 정부는 ‘최초의 제도’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며 이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하지만 올해 공유형 모기지 신청금액은 10월 기준 9400억 원으로 정부의 연간 목표치인 2조 원의 절반에 못 미쳤다. 정부가 주택 수요자들이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집을 사는지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급하게 제도를 설계해 현실과 간극이 생긴 것이다.
동아일보와 고려대 정부학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한 정책평가에 포함된 10대 경제정책은 5점 만점에 평균 3.0점을 받았다. 전체적으로 ‘보통’이라는 평가다. 문제는 정부가 이 경제정책들을 침체기에 빠진 한국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경제 정책들
전체 평가 결과 보통 미만을 뜻하는 2점대를 받은 13개 정책 중에는 ‘경제 활성화에 꼭 필요한데 국회에서 발목을 잡고 있다’고 정부가 비판한 유망 서비스업 육성 정책과 마리나산업 육성 등이 포함됐다. 정책 표류의 책임이 국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도 정책을 잘못 설계하고 대국민 홍보를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의료, 관광 등 유망 서비스업 육성 방안은 성장의 한계에 부닥친 제조업 중심의 한국 경제에 새로운 엔진을 달아줄 정책이다. 그런 정책에 대한 평가가 2.9점에 그친 것은 정부가 핵심을 놔둔 채 변죽만 울리기 때문이다. 고려대 정책학연구소는 정책 추진 과정 분석에서 “서비스업 육성 대상 중 논란이 예상되는 분야는 의료와 교육인데 지금까지의 의견수렴 과정을 보면 디자인, 관광에 치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의료, 교육 선진화를 추진해도 형평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주장만 할 게 아니라 소통을 통해 오해를 풀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수정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마리나산업 육성’ 정책은 2.3점에 그쳤다. 이 정책은 해양관광업 등을 키워 2017년까지 일자리를 8000개 창출한다는 내용이다. 일반인과 전문가 모두 이런 정책이 있는지 잘 모르고, 정부가 경제적 파급효과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 때문에 정부가 지난달 마리나항만을 개발할 사업자를 공개 모집한 결과 경쟁력 있는 입찰자가 부족해 공모 지역 6곳 중 5곳에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못했다.
○ 갑을관계 개선책에 호평
경제정책 가운데 일반인과 전문가 모두에게서 호평을 받은 정책은 이른바 ‘갑을 관계’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둔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들이었다. 공정이나 정의와 같은 가치가 경제정책을 통해 구현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정부학연구소는 분석했다. 이 같은 경향은 일명 ‘땅콩 회항’ 사건을 계기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경제정책 가운데 가장 높은 3.5점을 받은 가맹점주 권리 강화 방안은 부당한 갑을 관계에 정부가 개입한 정책인 데다 현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한 점 때문에 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공정위는 올해 중점 추진과제로 가맹점주 권리 강화를 내세우며 관련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난해 개정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감시해 왔다.
구체적으로 올해 3월 말 변호사, 교수, 전문건설협회 관계자, 소상공인 등 18명의 민간위원과 공정위, 중소기업청 등 정부 관계자 3명으로 현장점검TF를 발족하고 5월부터 7월까지 중점적으로 현장을 점검했다. 이 기간 TF는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눈 뒤 50개 개별 기업을 직접 방문하고 총 16차례 간담회를 열었으며 6217개 업체에 대한 설문조사를 병행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가맹본부 측과 가맹점 사업자 측의 간담회를 각각 3회 이상 개최하는 등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균형 있게 듣고 제도 개선에 힘썼다는 평가도 나온다.
남동일 공정위 가맹거래과장은 “서면 실태조사 때는 몰랐던 고충을 현장 조사를 통해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런 현장 소통 결과 공정위는 11월 도·소매업, 외식업, 교육서비스업 등 3개 가맹 분야의 표준계약서 개정안을 마련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현장과의 소통을 통해 달성 가능성이 높은 정책 목표를 세운 다음 단계별로 중간 평가를 하는 방식으로 정책의 추진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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