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3일 오후 2시 부산 기장군 정관면 함박산 중턱. 등산로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물병, 비닐, 빵 봉지 등이 널려 있었다. 부산경찰청 과학수사계 김도정 경위(47·사진)의 손이 빨라졌다.
“울산 중구 다세대주택 자매 살인사건 용의자와 비슷하게 생긴 노숙인을 봤다”는 주민 신고로 급히 출동해 지문 확인부터 진행했다. 범인 김홍일을 쫓은 지 52일째 되던 날이었다.
“찾았다!” 오후 4시 반경, 김 경위가 소리쳤다. 현장에서 수거해 온 100여 개의 물품 중 커피 캔에서 지문 두 점이 나왔다. 대조 결과 김홍일의 왼손 넷째 손가락, 오른손 첫째 손가락과 정확히 일치했다. 기장군 일대에 흩어져 있던 모든 경찰 인력이 함박산을 한 시간 넘게 수색한 끝에 김홍일을 함박산 청소년수련원 근처에서 붙잡았다.
김 경위는 1998년부터 부산 지역에서 과학수사를 했고 굵직한 강력사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13년 5월 전주지검 남원지청에서 조사받던 중 달아나 26일간 신출귀몰한 도주행각을 벌였던 이대우도 그에게 꼬리가 밟혔다.
김 경위는 “잠도 못 자고 수사에 매달린 적이 많았지만 피해자 가족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제복의 명예를 지키는 경찰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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