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 출시된 아슬란(사진)은 수입 브랜드의 중대형 차량이 쏟아지는 국내 시장을 겨냥해 현대자동차가 만든 전략형 차종이다. 현대차는 그랜저를 타던 국내 소비자들이 한 단계 상위 모델을 고민하다가 수입차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다고 봤다. 그랜저(배기량 2400∼3300cc)와 제네시스(배기량 3300∼3800cc)의 중간급인 아슬란을 내놓고 수입차로 바꿔 타는 국내 소비자들을 잡겠다는 것이다. 아슬란은 기본형(G300 모던 3990만 원)을 기준으로 그랜저보다는 970만 원 정도 비싸고 제네시스에 비해선 670만 원 싸다.
24일 기준 아슬란의 누적계약 대수는 4000여 대로 이 중 2330여 대가 판매됐다.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판매가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두 달간 월평균 1200대 정도 팔린 것이다. 현대차 측은 “아슬란은 그랜저와 쏘나타 등을 주로 만드는 아산공장에서 혼류 생산하는 차종이라 초기의 원활한 물량 공급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수입차 시장을 점령한 독일계 세단에 식상함을 느끼는 고객을 위해 아슬란을 개발했다. 실제 앞바퀴 굴림(전륜구동) 방식을 택한 아슬란은 뒷바퀴 굴림(후륜구동)이 대부분인 독일 차량과 차별화된 부분이 많다. 아슬란은 독일차나 제네시스 등 후륜구동 차량이 갖는 묵직하고 딱딱한 승차감보다 훨씬 부드럽다. 실내공간이 동급 차량에 비해 넓은 것도 특징이다.
디젤 엔진을 단 수입차가 인기를 끄는 시점에서 가솔린 엔진을 달아 정숙성에 초점을 맞춘 점도 눈길을 끈다. 디젤 엔진은 연료소비효율이 좋지만 가솔린 엔진에 비해 여전히 소음과 진동이 크다. 국내 소비자들이 현재는 연비 때문에 디젤 차량을 선호하지만 유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소비자의 취향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자동차들은 소음을 잡아내기 위해 타이어 휠 안쪽에 플라스틱 흡음재를 쓴다. 그러나 아슬란은 효과가 더 좋은 카펫과 비슷한 질감의 화학소재를 덧댔다. 문틈과 엔진 등에는 흡차음재를 붙였고 유리창은 이중접합유리를 사용했다. 외부의 소리를 줄이기 위해 꼼꼼하게 신경을 썼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슬란은 ‘조용하고 편안한 차’를 원하는 40, 50대 중장년층과 대기업 임원을 타깃으로 개발된 만큼 정숙성과 고급스러운 넓은 공간에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운전자가 전방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도 필요한 주요 정보를 앞 유리에 투영된 이미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부터 전방 감지 카메라 신호를 이용해 차선 및 선행 차량을 감지하는 ‘전방 추돌 경보 시스템(FCWS)’,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LDWS)’ 등 안전편의장치도 충분히 갖췄다.
현대차 측은 연말과 연초의 기업 인사 시즌과 맞물리면서 아슬란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승차감이 뛰어난 아슬란의 특성상 직접 차량을 경험해 본 운전자들이 늘어야 입소문을 통해 판매가 증가할 것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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