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석기 내란죄인지도 모르고 구명 나선 카터센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9일 03시 00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설립한 카터센터가 내란 음모와 선동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구명을 위해 성명서를 냈다. 이 성명서는 “이석기 의원의 유죄 판결이 군사 독재 시절인 1987년 이전 확립된 국가보안법의 규정에 기초해 내려졌다”고 주장했다. 성명서와 함께 카터 전 대통령은 “한국이 아시아와 세계 정세에서 인권 지도자로서 필수적 역할을 넓히려면, 국보법 때문에 위험에 처한 인권에 대해 모든 (한국) 시민들이 온전히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기회가 열려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카터 전 대통령이 잘못된 사실 관계에 기초한 비판을 낸 것은 유감이다.

이 전 의원의 혐의에는 국보법 위반이 들어 있지만 주된 혐의는 내란죄, 즉 형법 위반이다. 그는 1심에서 내란 음모와 내란 선동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고 항소심에서는 내란 선동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정당 해산 결정을 내린 것도 이 전 의원의 내란죄 때문이다. 카터센터의 성명은 헌법재판소 결정 이전에 나왔다. 국가가 존립하는 한 내란죄를 처벌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미국도 내란죄를 처벌하고 있고 9·11테러 이후에는 ‘애국법’이라는 훨씬 강화된 법을 제정했다.

성명서가 한국 사회의 민주화 이전 국보법이 이 전 의원에게 적용된 것처럼 언급한 것도 명백한 오류다. 국보법은 1991년 개정됐다. 그래도 일각에서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했던 제7조 1항 반국가단체 찬양고무죄와 5항 이적표현물 제작 소지죄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04년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관 전원이 “1991년 개정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게 줄었다”는 점에 의견이 일치했다. 노무현 정권 때 국보법 폐지 시도가 있었으나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해 실패했다. 카터 전 대통령의 인권 시계는 그가 미국 대통령으로 재임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시대에서 멈춰 버린 느낌을 준다.

카터 전 대통령은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그의 방북은 미국과 북한 혹은 남북한 사이의 관계개선에 기여하려는 선의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북한 독재 정권의 대변인 노릇밖에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국의 사법부는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 판결한다. 카터센터의 이번 성명은 한국 사법체계를 무시하는 것이다.
#이석기#내란죄#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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