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30일 김무성 대표를 대놓고 비판했다. 당 주류인 친박계가 세(勢)를 과시하며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7월 전당대회 이후 형성된 김 대표와 친박계 간 ‘6개월 허니문’ 기간이 이제 끝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서청원 최고위원과 유기준 서상기 의원 등 친박계 중진 의원 7명은 대선 승리 2주년인 19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비공개 만찬 회동을 했다.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과의 회동 후 열하루 만에 김 대표를 향해 십자포화를 퍼붓는 형국이다.
친박 의원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송년 오찬 모임을 가졌다. 친박계 ‘맏형’ 격인 서 최고위원 등 39명이 참석했다.
공격 포인트는 당직 인선과 개헌 논의 파문 등에 맞춰졌다.
유 의원은 “260만 당원의 권리이자 책임인 당직 인사권을 사유화하는 모습”이라며 “전당대회 득표율에 비해 (더 크게) 김 대표가 자기 혼자서 모든 것을 전횡하려는 듯한 모습에 대해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 사무총장을 지낸 윤상현 의원도 “김 대표의 전당대회 득표율이 29%대였는데, 지금 당을 운영하는 대표의 모습은 한마디로 92%를 ‘득템’(독점한다는 의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 최고위원도 “내년에는 좀 더 많이 소통하고 민주적으로 당을 운영해 주길 바란다”며 “나는 당의 최고 선배로서, 과거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길을 잘못 가면 지적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박세일 여의도연구원장 인선과 당협위원장 선출 등을 놓고 김 대표와 설전을 벌였다.
이날 모임에서 친박계 의원들은 10월 방중 기간 김 대표가 내놓았던 ‘개헌 봇물론’과 관련해 “내년은 전국 단위 선거가 없어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찬스(기회)이기 때문에 개헌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의견을 모았다.
박 대통령이 서 의원 등 친박계 중진 7명만 콕 찍어 대선 승리 2주년인 19일 청와대 만찬을 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30일 친박 모임에서 김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린 의원들이 대부분 이날 만찬 멤버였다. 한 참석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에서 제대로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얘기들을 했다”며 “소통 강화를 위해서 정무장관실을 신설해야 한다는 건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당 안팎에선 2년 전 대선 당시 선거 사령탑인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김 대표가 제외된 것에 대해 향후 정국 운영에서 김 대표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대표는 회동과 관련해 “대통령이 의원들과 대화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만 말했다.
▼ 김무성, 기자단 오찬서 맞불 ▼
“이렇게 공천권을 내려놓는데 사당(私黨)으로 운영한다고 할 수 있겠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30일 서울 여의도의 한 곰탕집에서 당 출입기자들과 송년 오찬을 하면서 자신을 정조준한 친박계의 비판을 이같이 반박했다. “당협위원장 선정과 내년 4월 보궐선거의 공천 모두를 주민의 뜻에 따르는 100% 여론조사 경선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전격 발표하는 자리에서였다. 김 대표는 오찬 도중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나는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기 위해 당 대표가 됐다. 당권의 ‘권(權)’자를 없애겠다고 공약해서 당 대표가 된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시간 근처 식당에서 열린 친박계의 ‘국가경쟁력강화포럼’ 오찬 자리에서 자신을 향해 ‘대표의 전횡’ ‘사유화’라는 비판이 나왔다는 말을 전해 듣고 맞불을 놓은 것이다.
김 대표는 친박계의 비판과 관련해 “내가 정치(인생) 30년이다. 그런 말들이 나올 수도 있고 그런 말 하는 사람의 심정도 이해한다”면서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진 못했다. “당직자 명단을 갖다 놓고 보면 전당대회 때 누구를 지지했는지 알 수 있다. 내가 반 이상 (친박계 쪽에 당직을) 내놨다”며 ‘인사권 전횡’이 없었음을 강조했다.
특히 경기 수원갑 당협위원장 선정을 놓고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의 ‘대리전 양상’으로 비치자 김 대표는 “당협위원장 선정은 국민의 뜻을 물어 전부 여론조사 하기로 했다. 나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당초 31일 당협위원장 선정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지만 ‘여론조사 경선’을 치르기로 결정한 만큼 최종 결정은 늦춰지게 됐다.
이어 김 대표는 “내년 4월 보궐선거 공천도 100% 지역 주민의 뜻에 맡기겠다”며 “내년 1월 중 조기 공천해 빨리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공천권을 내려놓으면 당 대표로서 권한이 없어져 당 장악력이 떨어진다는데 나는 당을 장악할 생각이 없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올해 7월 전당대회 때부터 김 대표가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오픈프라이머리’(국민참여경선) 도입을 앞둔 정지 작업으로도 해석된다. 한편 김 대표는 개헌과 관련된 질문에는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며 말을 아꼈다. ‘기업인 가석방’ 논란에 대해선 “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보고 한마디 한 것이다. 그런데 법적인 문제가 있다고 해서 더는 말을 안 한다. 그렇게 복잡한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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